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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리여인 Jul 31. 2019

남산에 올라가니

각자가 가진 속도


“남산 자주 가서 좋겠다”

지난 가을, 작업실에 놀러온 친한 언니가 말했다. 내 작업실은 남산이 보이는 해방촌에 있다.

생각보다 좋지 않다는 내말에 일어나서 가 보자는 언니의 말로 이어졌고 우리는 흙길을 걸어 올랐다.  


“두툼한 흙 냄새 정말 좋다.”

“정말! 짙은 풀냄새도 좋아”


해방촌과 남산 사이는 굉장히 가깝지만, 산에 들어서자마자 공기가 확연히 달라진다. 천천히 산을 오르며 그동안 못 했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우연히 눈에 들어온게 있었다.


“어라? 근데 저 나무는 아직 푸르네. 붉은 잎이 하나도 없어.”

“그러게 바로 옆에 있는 나무들은 빨갛게 물들었는데, 같은 종이라도 다른 건가?”


가을이 한창이었다.  어떤 나무는 완전히 단풍이 든 아이도 있었지만 어떤 나무는 아직 여름에 머물러 있기도 했다. 또 어떤 나무는 조금씩 색이 물어가는 중이었다.


“언니 그럼 가장 빨리 빨개진 나무는 일등일까?”

“에이 그런게 어딨어~ 저마다 속도가 다른 거겠지”


"푸른 나무들도 언젠가 다 빨갛게 물들겠지?"

"그럼. 나무마다 제각각 분명히 가을을 느끼고 있지 않을까?"


빽빽한 나무들. 같은 게 하나도 없는 이 나무들.

이 모든 나무가 때가 되면 언젠간 다 빨갛고 노랗게 각자의 색으로 물이 들겠지.




                            <각자의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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