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머리를 쓰는 일이 쾌락일 수 있다는 걸 꽤 이른 나이에 알았다. 단순한 지적 쾌감이 아니다. 그건 훨씬 더 육체적이다. 마치 뇌가 안쪽으로 파고들고, 그 파고드는 방향을 따라 의식이 눌리고, 그 눌림 자체가 희열이 된다.
사람들은 머리를 쓰면 머리가 아프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머리를 쓰면 이상한 느낌이 든다. 머리통이 안으로 쑤셔들어가고, 두개골의 안쪽에서 이상한 압력이 느껴진다. 그건 기분 나쁜 고통이 아니라 묘한 몰입의 쾌락이다. 아주 깊게 들어가는 터널에 몸을 던지는 기분. 어쩌면 그건 사고가 아니라 일종의 감각이다.
가끔은 가위에 눌릴 때도 그런 감각이 온다. 의식은 깨어 있고 몸은 움직이지 않는데, 귀 끝에서부터 뭔가가 스멀스멀 기어들어오는 느낌. 마치 내가 아닌 무언가가 내 뇌의 깊은 층을 누르고 있다는 착각. 그건 무섭기도 하고… 솔직히 말하면, 약간 좋기도 하다.
어쩌면 귀신이 아니라 ‘지각의 반대편’에서 다가온 내 의식의 또 다른 층일지도 모르겠다. 그건 공포라기보다, 한층 깊은 의식으로 가는 문 같은 느낌이다.
나는 이 감각이 좋다. 머리가 안쪽으로 파고들어갈 때 느껴지는 그 특유의 멀미감. 멀미 같지만 멀미가 아닌 그 이상한 감각. 언어로 붙잡을 수 없는 그 안쪽 세계. 나는 그것을 찾기 위해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생각은 나에게 고통이 아니라 감각이다. 그리고 때로는, 그 감각이 나를 살아있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