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종종 말한다.
“진정한 사랑은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주는 것”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다.
치유되지 않은 두 사람이 만나면, 사랑은 상처를 복제하는 기계가 된다.
사랑이란 단지 ‘좋아한다’는 감정만으로 성립되지 않는다.
그건 어쩌면 시작에 불과하고,
진짜 사랑은 나를 건강하게 지키면서도, 타인을 해치지 않는 관계를 만드는 능력에서 피어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사랑을 통해 자신을 완성하려 한다.
“너만 있으면 나는 괜찮아질 거야.”
“너만 나를 사랑해준다면 나는 살 수 있어.”
이 문장들은 아름답게 들리지만, 그 안엔 자기 파괴적인 기대와 의존이 섞여 있다.
그 기대는 이내 현실과 충돌하고,
사랑은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일이 아니라
내 상처를 메워줄 도구로 착각한 대상을 조작하는 일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결국, 사랑은 서로를 구속하고, 피폐하게 만들고, 무너진다.
사랑은 원래 상처를 치유해주는 것이 아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사랑은 치유된 사람들 사이에서 비로소 제대로 흐를 수 있는 에너지다.
치유란,
과거의 결핍을 타인에게 보상받으려 하지 않고
관계 속에서 생긴 불안을 자기 안에서 다스릴 수 있으며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나”라는 믿음을 내면에 갖게 되는 과정이다.
이 과정을 거치지 않고 누군가를 사랑하면,
그 관계는 언제나 불안한 나를 달래줄 사람을 찾는 여정으로 변질된다.
결국, 사랑은
“내가 나를 사랑할 수 있을 때, 그 여백에서 타인을 초대하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누군가에게 너무 빠르게 다가가 사랑을 주고,
그 사람이 내 사랑을 받아주지 않으면 스스로 무가치하다고 느낀다.
하지만 진짜 사랑은 빠르게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공허를 마주하고,
그 공허를 메운 후에야 조용히 꺼내는 손길이다.
아직 자신을 돌보지 못하는 사람은,
누군가를 돌보다가 함께 무너지고,
아직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은,
누군가를 오해한 채 소중한 걸 잃게 된다.
그러니 사랑이 실패했을 때,
“왜 나만 상처받았지?“라고 묻기보다
“나는 나를 얼마나 돌보고 있었는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
자기 치유 없이 시작한 사랑은,
언제나 상대가 아닌 자기 자신과의 전쟁이 된다.
그리고 치유된 사랑만이
마침내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한다.
그 어떤 환상 없이.
그 어떤 구원 서사 없이.
그저, 있는 그대로의 당신과 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