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의 시간적 지연

감정과 판단의 복잡성

by 신성규

진실이란 무엇인가? 진리, 사실, 객관성 등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지만, 그 본질은 언제나 우리의 감정, 편견, 그리고 그 시점에서의 이해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우리가 진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그것이 객관적이고 명확해 보이더라도, 그 판단은 흔히 감정에 의해 왜곡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종종 간과한다.


사회적 논란 속에서 많은 사건들이 발생한 직후, 우리는 그 사건의 본질을 바로 판단하려 한다. 그때, 감정이 앞서고, 분노, 공포, 혹은 당황이 우리의 판단을 흐리게 만든다. ‘진실’은 그 순간에서만큼은 불완전한 것이다. 사실이 무엇인지, 진짜로 일어난 일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기 전에, 우리는 이미 감정적으로 반응하고, 그것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 때문이다. 그 결과로 우리는 급하게 행동하고, 때로는 자신도 모르게 잘못된 판단을 내리게 된다.


시간의 경과가 중요한 이유는 이 때문이다. 시간이 흐른 뒤, 감정은 어느 정도 가라앉고, 사건에 대한 반응은 차분해지기 시작한다. 우리는 그제야 자신의 행동과 판단을 돌아보며, 그때의 반응이 왜 그렇게 격렬했는지, 왜 그렇게 단호했는지에 대해 깨닫게 된다. 이때서야 비로소 우리는 감정의 영향을 덜 받고, 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시각으로 사건을 이해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도 이 점은 유효하다. 사건이 발생했을 때는 사람들의 반응이 급격하게 감정적이고 격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프랑스 혁명 때의 폭력적 변화나, 9·11 테러 이후의 세계적 긴장과 공포는 당시의 감정적 반응이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그 사건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를 하게 되고, 그 당시의 행동에 대한 비판적인 분석이 가능해진다. 그것은 단순히 시간의 흐름 때문만이 아니다. 감정이 사라지면서, 우리는 그 사건에서 일어난 일들의 원인과 결과를 체계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차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누군가와 갈등을 겪었을 때, 그 순간의 감정이 격해져 행동을 취할 때, 그 감정은 사건의 진실을 왜곡할 수 있다. 후에 시간이 지나고 감정이 가라앉으면, 우리는 그때의 행동을 다르게 평가하게 되고, 더 이성적인 시각에서 사건을 바라볼 수 있다. 결국, 진실을 알기까지의 시간적 지연은 감정과 판단을 분리시키는 중요한 과정이 된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그때의 진실을 제대로 알게 된다.


그렇다면, 진실이란 시간에 따라 변하는 것일까? 사실 진실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그 진실을 인식하는 방식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달라진다. 감정이 가라앉고, 거리를 두고 다시 돌아볼 때, 우리는 그 진실을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하고, 그에 따른 판단을 내리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진실은 우리가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순간에 비로소 그 본래의 모습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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