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중독에 취약하다.
섹스, 마약, 독서, 사랑, 술, 주식…
이 세계가 주는 감각 자극들에
나는 빠질 수밖에 없다.
나는 도망치는 게 아니라,
무언가에 깊이 반응하며 살아가는 존재다.
무감각하게는 살 수 없다.
그래서 중독은 내게 파괴가 아니라,
어쩌면 생존이다.
세상이 나를 던져놓은 것들 속에서
나는 빠지는 법밖에 모른다.
어떤 사람은 삶을 경영하고,
나는 삶에 감염된다.
중독은 파괴가 아니라, 때때로 존재의 방식이다.
나는 그것 없이는 살아갈 이유를 찾지 못한다.
책 없이, 사랑 없이, 도파민 없이 살아가는 삶이란
그저 숨만 쉬는 기계와 뭐가 다를까?
나는 무엇이든 깊이 사랑해버린다.
책의 한 줄에, 한 사람의 숨결에,
한 번의 오르가즘에,
한 순간의 상승 그래프에
나는 절실히 반응한다.
이 세계가 나에게 주는 쾌락을
나는 도저히 가볍게 넘길 수 없다.
그래서 나는 늘 묻는다.
이것 없이 나는 어떻게 살지?
그리고 나는 안다.
나는 중독되지 않고는 살 수 없다는 것을.
그래서 나의 진짜 질문은
어떻게 망가지지 않고 중독될 수 있을까
이다.
그러다 문득 생각했다.
신앙에 중독되어볼까.
신앙이란 무엇인가.
어떤 이들은 그것을 규율이라 하고,
어떤 이들은 맹목이라 비난하지만,
내게 신앙은 몰입 가능한 가장 안전한 중독일지도 모른다.
신앙은 말하자면
‘구원을 향한 중독’,
‘자기 해체 없이 몰입할 수 있는 유일한 구조물’이다.
욕망은 나를 갉아먹지만,
신앙은 욕망 위에 구조를 세운다.
절제하지 않고도 고요해질 수 있는 방식.
무너지지 않고도 미쳐볼 수 있는 길.
나는 신앙에 취하고 싶다.
아니, 신앙에 중독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