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적 AI 인프라 보고서

by 신성규

국가는 언제 가장 강한가.

그것은 전쟁터에서가 아니라, 전쟁이 일어났을 때에도 무너지지 않는 구조를 가졌을 때다.

자립이 없는 독립은 허상이고, 자급이 없는 자본은 취약하다.


러시아는 전쟁 중에도 버텼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석유, 천연가스, 곡물, 무기 — 국가를 유지하는 근간이 외부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이다.

비난과 제재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은 것은, 자립된 시스템이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은 강력해 보이지만, 치명적 약점이 있다.

식량과 에너지.

수치상 자급률이 높아도, 수입을 끊으면 허리가 꺾인다.

게다가 그들이 의존하는 재생에너지는 전시에는 무력하다.

전쟁은 태양이 뜰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으며, 바람이 불어줄 때까지 유예되지 않는다.

재생에너지는 평화의 산물이지, 충돌의 도구가 될 수 없다.


결국 이 복잡한 세계에서 진짜 주권을 지닌 국가는 얼마 되지 않는다.

미국, 러시아.

두 나라는 자급 가능한 산업, 에너지, 식량, 기술, 심지어 금융 시스템까지 갖췄다.

이들이 가진 힘은 무기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고립되어도 무너지지 않는 시스템, 그것이 진짜 권력이다.


이제 시선을 돌려보자.

AI는 새로운 무기다.

인공지능은 더 이상 정보 분석 도구가 아니라,

국가 시스템을 구성하고, 전략을 세우고, 정책을 설계하며, 사람의 사고를 대체해가는 핵심 인프라다.


그렇다면, 질문은 이렇다.

AI가 타국의 기술에 종속되어 있다면, 우리는 무엇에 의존하는가?

AI가 고장나면 행정이 마비되고, 번역이 안 되고, 국민이 단절된다면 —

그것은 국가가 아니라 프록시에 불과하다.


그래서 소버린 AI가 필요하다.

단지 기술의 독립이 아니라, 사고와 해석, 미래와 대응의 독립성을 위한 투자다.

누군가는 말한다.

“다른 나라 모델을 그냥 쓰면 되지, 왜 우리만의 모델을 또 만들고 돈을 낭비하느냐.”

그 질문은 이렇게 바꿔야 한다.

“우리는 왜 자국 군대를 유지하고, 쌀을 보존하고,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는가?”


답은 똑같다.

종속되지 않기 위해서다.

미래를 잃지 않기 위해서다.


소버린은 단기적 이익이 아니다.

그것은 국가의 존엄과 생존을 준비하는 방식이다.

독자 모델을 향한 길은 먼 길이다.

하지만 우리가 가야 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우리는 남의 번역기로 미래를 읽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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