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세 가사 속 철학

by 신성규

이문세의 노래 『기억이란 사랑보다』는 단순한 사랑 노래를 넘어,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고통과 시간을 관조하는 철학적 사유를 담고 있다.

노래가 말하는 ‘기억’은 단순한 과거의 회상이 아니라, 사라진 시간과 사라진 존재가 남긴 흔적이다.


사랑은 현재진행형일 때 뜨겁고 생명력이 있지만, 사랑이 끝나고 난 뒤에는 기억만 남는다.

그 기억은 때론 사랑보다 더 깊고, 더 쓰라린 고통으로 다가온다.

왜냐하면 사랑은 순간순간 변할 수 있지만, 기억은 그 순간을 고정시키고, 반복해서 상기시키며 우리를 붙잡기 때문이다.


기억은 우리로 하여금 ‘과거’에 묶이게 하고, ‘지금’을 살아가는 데 때로는 무거운 짐이 된다.

기억 속에서는 시간이 멈추고, 사라진 사랑이 마치 지금 이 순간에도 존재하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다.

이러한 기억의 무게는 사랑 그 자체의 달콤함이나 아픔을 뛰어넘어, 영속적인 슬픔으로 우리를 감싼다.


철학적으로 보면, 기억은 존재론적 불안과도 맞닿아 있다.

우리는 사랑하는 이와의 순간을 잃었을 때, 존재의 일부를 잃은 듯한 허무와 상실을 경험한다.

기억은 그 잃음의 자리를 채우지만, 그 자리는 이미 비어 있는 공간이다.

그리하여 기억은 사랑보다 더 오래, 더 깊게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이다.


이문세의 노래가 주는 메시지는 단지 개인적 아픔의 고백이 아니라,

시간이라는 흐름 속에서 인간이 겪는 존재의 실존적 고뇌에 대한 성찰이다.

우리는 기억을 통해 사랑을 영원히 간직하려 하지만, 동시에 그 기억이 우리를 무겁게 짓누르는 모순된 삶을 산다.


결국 가사 속 ‘기억이란 사랑보다 더 슬퍼’라는 말은

사랑의 순간이 지나간 뒤, 그 사랑을 붙잡으려는 인간의 애절한 몸부림이며,

잃어버린 시간을 다시 붙들 수 없는 현실 앞에 선 인간의 숙명적 슬픔을 노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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