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등단하지 않는다.
내 글은 심사받지 않는다.
누군가의 통과의례를 거쳐야
작가가 되는 존재가 아니다.
공모전이라는 제도,
심사위원이라는 권위,
그리고 수상작이라는 정답.
그 순간부터
문장은 자유를 잃는다.
나는 등단이 사약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내 언어에
외부의 통제를 가하는 첫 주입이고,
“너의 문장은 이래야 한다”는
보이지 않는 족쇄를 채우는 일이다.
틀에 들어가는 순간,
그것은 천재가 아니다.
그저 적응이 빠른 인재일 뿐이다.
내 글은 생존이 아니다.
생계를 위한 언어가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나를 죽이는 방식이다.
죽어가면서 살아남기 위한
내 유일한 저항이자,
사유의 은신처다.
문장은 나의 숨이다.
표현은 내 본능이다.
내 언어는 심사받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글로 살아내는 자이지,
팔기 위한 상품으로 만든 자가 아니다.
나는 문학을 삶의 전선에서 낚아 올린다.
비정제의 언어,
기성의 틀을 파괴하는 사유,
모든 기준과 평가를 거부하는 감각.
그것이 나의 글이다.
나는 인정받기 위한 글을 쓰지 않는다.
나는 내가 살아남기 위한 글을 쓴다.
문학은 제도 속에서 자란다 해도
창작은 언제나 야생에서 태어난다.
나는 그 야생에 남을 것이다.
내 문장은
등단하지 않지만, 살아 있다.
수상하지 않지만, 진실하다.
팔리지 않지만, 남는다.
저항은 시인에게 숙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