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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보에 대하여

그리고 말이 끝나는 순간에 대하여

by 신성규

랭보는 짧은 시인생활을 했다.

많은 이들이 말했다.

“그는 젊은 나이에 시를 버렸고, 더 이상 쓰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기 때문에 멈춘 것이다.


그가 하고 싶은 말은 이미 한 권의 책에 담겨 있었고,

그 책은 세계를 이해한 자의 최초이자 마지막의 언어였다.


누군가는 글을 쓰며 완성되어 가고,

누군가는 글을 쓰며 미완성을 살아간다.

하지만 랭보는 달랐다.

그는 말의 끝에서 출발했고,

이미 도달한 자로서 말문을 닫았다.


그의 시는 감각이었고, 계시였고,

말이 닿을 수 없는 세계에 대한 잠깐의 누설이었다.


사람들은 왜 계속해서 쓰는가?

왜 말하고, 왜 반복하는가?

아마도 아직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아직 자신만의 ‘그 한 권’을 쓰지 못했기 때문.


하지만 어떤 이는 그 책을 너무 일찍 써버린다.

그 안에 모든 빛과 어둠, 감각과 사유, 절망과 환희를 담고

더 이상 쓸 말이 없다는 사실을 알아버린다.


그런 자는, 더는 말하지 않는다.

말하지 않음으로써 더 많은 것을 말한다.

침묵은 그의 마지막 문장이 된다.


랭보는 그런 시인이었다.

그는 썼고, 다했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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