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선을 만나게 하는 것

by 신성규

인간은 근본적으로 고립된 존재다.

우리는 저마다의 길을 따라 나아가며, 누구도 완전히 동일한 궤적을 걷지 않는다.

그러한 모습은 마치 끝없이 뻗어나가는 평행선과 같다.

나란히 있을 수는 있지만, 서로의 선은 결코 닿지 않는다.

이것이 인간이 가진 개인성의 본질이자, 고독의 형상이다.


그러나 삶 속에서 우리는 가끔, 하나의 점을 통해 서로 교차한다.

어떤 눈빛, 어떤 대화, 어떤 우연한 사건이 우리의 길을 흔들어 놓는다.

그 점은 단순한 만남을 넘어, 선의 방향을 바꾸는 계기가 된다.

평행으로만 달려가던 궤적이 살짝 휘어져 서로를 향한다.

그 순간부터 개인은 더 이상 고립된 선이 아니라, 연결된 궤적의 일부가 된다.


수학에서 평행선은 결코 만나지 않지만,

비유클리드 무한대의 차원에서는 만난다고도 한다.

사랑은 바로 그 무한대를 이 현실 속으로 끌어내는 힘이다.

만날 수 없었던 이들이 만나는 것, 닿을 수 없었던 것이 닿는 것,

이는 이성의 법칙을 넘어서는 기적과도 같다.

사랑이란 결국, 불가능의 세계를 가능의 세계로 변환하는 인간적 경험이다.



사랑이 없다면 우리는 각자의 길에서 멀리 떨어져, 서로를 바라보며 달리기만 할 것이다.

평행선은 평화로워 보일 수 있으나, 그 안에는 끝내 닿지 못하는 절망이 숨어 있다.

그러나 사랑은 그 절망을 넘어선다.

점과 선을 잇고, 서로의 세계를 교차시키며,

마침내 두 개의 길을 하나의 여정으로 합쳐 놓는다.


그래서 사랑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존재론적 사건이며, 궤적을 바꾸는 창조 행위다.

사랑 속에서 인간은 고립된 평행선에서 벗어나,

함께 걷는 선, 함께 존재하는 길을 새롭게 그려나간다.


우리는 사랑을 통해 안다.

닿지 못할 줄 알았던 것들이 닿을 수 있음을,

끝내 만나지 못할 것들이 만나게 됨을.

그리고 그 순간, 인간은 비로소 고독을 넘어선다.

평행의 차가운 선들이, 하나의 따뜻한 궤적 안에서 포개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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