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미 속의 자유

by 신성규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찾아왔다.

인생은 아무 의미가 없다.

내가 태어난 것도, 살아가는 것도, 죽는 것도

우주에겐 작은 파동 하나에 불과했다.

억겁의 시간 속에 나라는 흔적은

물거품처럼 부서져 사라질 뿐이었다.


그 깨달음은 처음엔 괴로움이었다.

그토록 집착하던 나의 꿈, 나의 사랑, 나의 분투가

결국은 사라지고 기억조차 남지 않는다면,

나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진지하게 살아야 하는가?

모든 것이 허무하게 느껴져

마치 밑 빠진 항아리에 물을 붓는 듯했다.


그러나 그 허무의 바닥에 오래 머물다 보니

뜻밖의 역설이 나를 붙들었다.

“아무 의미가 없다면,

왜 이리도 무겁게 살아가야 하지?”


그 순간 알았다.

삶이 무의미하다면, 우리는 오히려 가벼워질 수 있다는 것을.

실패는 더 이상 나를 규정하지 않았고,

성공도 더 이상 나를 구원하지 않았다.

체면도, 관습도, 누군가의 기대도

모두 흩날리는 먼지와 다르지 않았다.


허무는 나를 절망으로 끌고 간 것이 아니라

진지함이라는 족쇄를 부숴버렸다.

그때 비로소 삶은 투명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아침 햇살이 커튼 틈으로 스며드는 그 찰나,

길가의 풀잎 위에 맺힌 이슬방울 하나,

누군가의 웃음소리, 바람의 결—

그 모든 것이 이유 없이 아름답고 충만했다.

의미가 없다는 사실 덕분에,

나는 순간을 순간 그대로 껴안을 수 있었다.


삶은 거대한 과제가 아니라,

그저 한 편의 즉흥 연주였다.

악보 따윈 없었고, 완벽한 연주도 없었다.

있었던 건 다만, 지금 이 순간의 울림뿐.


그제서야 나는 자유를 이해했다.

의미 없는 세계는 감옥이 아니라 놀이터였다.

우리는 거기서 넘어지고, 웃고, 울고,

때로는 사랑하다 상처 입고,

다시 일어나 춤추며 노래할 수 있다.

목적이 없기에 오히려 순수했고,

끝이 있기에 오히려 찬란했다.


이제 나는 더 이상 묻지 않는다.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그 질문은 공허 속으로 사라지고,

대신 이렇게 속삭인다.


“아무 의미가 없으니, 즐기면 되는 것.

그것이 내가 얻은 가장 큰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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