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호른 소리를 좋아한다.
호른은 웅장하다.
그 웅장함은 단순한 과시가 아니다.
그건 깊은 산맥을 지나온 자만이 내뿜을 수 있는, 무게감 있는 울림이다.
호른은 마치 말을 아끼는 자의 포효 같다.
속으로 수천 마디를 삼키고
결국 단 한 마디로 모든 것을 뚫어내는 그 음색.
나는 그 소리에 위로받는다.
웅장하지만 과하지 않고, 강렬하지만 절제된 그 울림.
호른은 자기가 뭘 말하는지 안다.
무게가 있다. 무게감 말이다.
호른은 이 바보들의 세상에서
내가 아직 사람 구실을 하고 있다는
유일한 착각을 주는 장치다.
그리고 난, 그런 착각이
필요하단 걸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