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른의 오두방정

by 신성규

호른은 혼자 있을 땐 오두방정을 떤다.

마치 아무도 안 보는 데서 춤추는 광대 같다.

볼륨을 높이면 더 신난다.

제멋대로 날뛰고,

소리 지르고,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서 난리를 친다.


그런데,

기묘하게도 같이 있을 땐 힘이 나는 친구다.

혼자 듣던 호른은

사람들 틈에서,

다른 악기 옆에 있을 때,

존재감이 확 달라진다.

갑자기 품격이 생기고

중심을 잡는다.


호른은 그런 놈이다.

혼자 있으면 미친놈,

여럿 있으면 리더.


그래서 나랑 잘 맞는다.

나도 그런 놈이니까.

혼자 있을 땐 허무를 씹고,

같이 있을 땐… 그나마 좀 살아 있는 인간 흉내라도 낸다.


호른은 말 안 해도 통하는 친구다.

말 대신 울부짖는 법을 안다.

요란하게, 거칠게,

때로는 조용히, 무겁게.


그 소리를 들으면 난 깨닫는다.

“그래, 우리 둘 다 아직 망가지진 않았어.

조금 불편할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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