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는 머리는 두려움에서 온다

by 신성규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나이가 들면 머리가 굳는다”고.

그 말엔 두려움과 체념이 깃들어 있다.

더 이상 새로울 수 없고, 바뀔 수 없으며, 결국은 고정된 사고에 갇힌 채 살아가게 된다는 운명론.


하지만 나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내게 있어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오히려 사고가 정제되고, 감정이 절제되며, 본질에 가까워지는 과정이다.


사람들이 나이를 먹으며 머리가 굳는다는 건, 신체의 노화라기보다

두려움의 정착이다.

삶을 바꿀 수 없다는 생각.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에 따르는 불안.

내가 쌓아온 것을 부정당할지도 모른다는 자존감의 방어.


하지만 그 두려움을 넘어서면, 나이란 지혜의 촉매제가 된다.

어릴 땐 몰랐던 맥락을 본다.

단편이 아니라 구조를 본다.

즉각적 반응이 아니라, 유기적 이해를 추구하게 된다.


나는 체계적으로 생각하는 법을 배웠다.

복잡한 문제를 단순하게, 단순한 문제를 깊이 있게 바라보게 되었다.

무엇보다 지식보다 사유의 힘을 신뢰하게 되었다.


세상을 해석하는 방식이 더 넓어졌고,

타인의 감정을 더 섬세하게 감지하게 되었으며,

자기 자신을 다루는 기술이 정교해졌다.


그것은 단순한 지능의 문제가 아니다.

‘의식의 구조’가 깊어지고 있다는 증거다.


나이가 들며 나는 ‘더 많이’ 알게 되는 것이 아니라

‘덜 헷갈리게’ 되었다.

지식의 양이 아니라 판단의 명료성이 커졌다.

그게 바로 내가 느끼는 진짜 ‘똑똑해짐’이다.


나이는 쇠퇴가 아니라, 구조화의 시간이다.

머리가 굳는 것이 아니라, 더 단단하게 뼈대를 세우는 것이다.

나는 스스로 확신한다.

나는 나이를 먹을수록 똑똑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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