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지루함을 너무나 쉽게 느끼는가?

by 신성규

나는 구조를 짜는 일에 흥미를 느낀다. 사물을 분해하고, 현상을 읽어내고, 그 안에서 패턴을 발견해 새로운 구조를 설계할 때, 비로소 내 정신은 깨어난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내가 만든 구조가 확정되고, 실행이라는 단계에 접어드는 순간부터 나의 흥미는 급격히 식어간다. 정해진 것을 행동에 옮긴다는 건, 마치 이미 끝난 이야기의 결말을 반복해서 읽는 것과 같다. 내게 실행은 창의가 끝난 자리에서 남겨진 잔해처럼 느껴진다.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도 이 감각은 반복된다. 그들 중 많은 이들이 각자의 분야에선 깊은 이해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내 관심은 너무 많고, 너무 넓다. 철학, 기술, 사회구조, 경제, 예술 — 나는 하나의 줄기만 따라가는 대신, 그 줄기들이 어떻게 얽히는지를 보고 싶어 한다. 그래서일까, 내 관심이 겹치는 사람을 만나는 일은 드물고, 사유의 밀도에서 어느 순간 혼자가 된다.


이런 내 성향은 실행자보다는 설계자, 혹은 문제 재구성자로서의 역할에 가깝다. ‘어떻게 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묻는 자리에 설 때, 나는 비로소 살아있다. 그래서 나는 컨설팅처럼 매번 새로운 구조를 짜야 하는 일, 혹은 벤처캐피탈처럼 다양한 산업을 들여다보고 가능성의 시나리오를 쓰는 일을 더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나의 사고는 한 문제에 안주하지 않고, 문제와 문제 사이의 관계를 탐색하며 끊임없이 구조의 지도를 다시 그린다.


어떤 이들은 말한다. 시작한 일은 끝까지 해야 의미가 있다고. 하지만 나는 믿는다. 어떤 이들은 처음을 만드는 데서, 어떤 이들은 끝을 지키는 데서 빛난다. 나에게 있어 ‘의미 있는 일’이란 처음의 그 불확실한 순간, 혼돈 속에서 새로운 질서를 발견하는 것이다.


나는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문제의 형식을 다시 짜는 사람이다. 실행에 흥미가 없는 것이 아니라, 창조의 첫 장면에 나의 진심이 집중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시작’의 자리에 머무르기를 원한다. 늘 새로운 질서의 가능성을 꿈꾸며.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팔로워 141
이전 15화합니다 시리즈: 스마트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