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구의 시대를 지나, 사고의 시대로

by 신성규

한 시대를 규정하는 기술은 언제나 인간의 일과 존재 방식을 다시 쓰게 만든다. 컴퓨터가 계산을 대체했듯이, 우리는 지금 언어와 사고의 일부마저 기계에 위임하려는 문턱에 서 있다. 바로 코딩의 초지능화가 그 문을 열고 있다.


더 이상 코드는 사람만이 해석할 수 있는 언어가 아니다. 인간의 손이 닿기 전에, 인간의 마음을 묻기도 전에, 인공지능은 명령과 개념, 기획과 실행을 하나의 흐름으로 엮어 결과를 내놓는다. 우리가 몇 줄의 자연어를 던지면, AI는 알아듣고, 해석하며, 실행 가능하도록 ‘코드화’한다. 그 속도는 인간의 손을 따라잡았고, 그 논리는 점차 인간의 실수를 뛰어넘는다. 이 변화가 도달할 종착지는 분명하다. 코딩은 도구가 되고, 사고는 본업이 된다.


이제 “무엇을 만들 것인가”가 아닌, “왜 만들 것인가”가 더 중요한 질문이 된다. ‘어떻게’라는 방식의 권한은 인공지능이 점점 가져가고 있고, 인간은 ‘무엇을 위한 기술인가’라는 본질적인 물음으로 되돌아와야 한다. 엔지니어는 코드 작성자가 아니라 개념 설계자가 되고, 기획자는 설명자가 아니라 구조적 사유의 예술가가 되어야 한다.


기술은 인간의 직업을 위협하는 동시에 인간의 가능성을 확장시킨다. 우리는 단순한 반복과 구현에서 벗어나, 판단과 창조, 가치 설정의 영역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 영역은 철학과 윤리, 사회학과 예술이 묻던 질문들이 다시 중심이 되는 공간이다. 왜 자율주행차는 이 방향을 선택했는가? 왜 이 데이터는 이 결론을 내렸는가? 기술은 대답하지 않는다. 우리는 질문해야만 한다.


AI 혁명은 단지 효율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존재 방식 자체를 다시 묻는 혁명이다. 그리고 그 답은, 지금보다 더 깊고 넓은 사고에서 찾아야 한다. 더 이상 도구를 잘 다루는 사람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제는 도구를 넘어, 방향을 설정하고, 의미를 설계하며, 인간과 세계를 다시 연결 지을 수 있는 사람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말한다. 기술은 사유의 확장이다. 사유의 밀도는 곧 우리의 생존 전략이다. 코드가 흐르는 시대에도, 결국 남는 것은 생각하는 자다.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팔로워 139
이전 05화착한 사람들은 왜 싸우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