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직업 시대의 존재론적 자유

by 신성규

우리는 지금, 세계가 유례없이 빠르게 자신을 무효화하고 있는 시점을 통과하고 있다. 기술은 과거에 비해 직업을 ‘변형’하는 것을 넘어서, 그 자체를 ‘삭제’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인간은 기술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기술이 인간의 자리를 원활히 대체하는 데 필요한 마지막 장벽일 뿐이다.


딥러닝 모델은 전문가의 오랜 훈련을 단숨에 모방하고, 자동화된 시스템은 수백만의 일자리를 몇 줄의 코드로 대체한다. 이 미래를 시뮬레이션해본다면, 결국 그 대부분의 미래는 같은 결말을 향해 수렴한다.

직업은 더 이상 생존의 필수 조건이 아니다.

선택은 선택일 뿐이며, 그 선택조차 알고리즘이 더 잘 내린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여전히 생존을 위해 직업을 택하려 하는가?

아니, 직업이 제거된 시대에, 그 ‘의미 없는 선택’을 왜 붙잡고 있는가?


사실 우리가 추구해온 ‘직업’은 단순한 생계 수단이 아니었다. 그것은 정체성, 소속감, 기여감이라는 존재적 보상의 집약체였다. 하지만 AI가 모든 기여를 대체하고, 소속이 네트워크로 분산되며, 정체성마저 아바타화되는 이 시대에, 직업은 더 이상 자기실현의 수단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과거의 집착이며, 불확실성에 대한 심리적 방어기제에 가깝다.


이제 남는 질문은 하나다.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

무엇을 만들어야 살아남을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살아남겨야 의미가 있을 것인가, 이다.


그래서 나는 이런 결론에 도달한다.

만약 세계가 곧 노동의 패러다임을 해체할 것이라면,

지금 이 순간을 ‘노동’이 아닌 ‘삶’으로 전환하는 것이 정답일지도 모른다.

지금 당장 삶을 시작하는 것.

전 재산을 들고 세계를 떠도는 것.

아무 이유 없이 존재하는 것.

그 자체로 충만함을 느껴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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