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눈을 감는 일이 두려우면서도 끌렸다.
눈을 감고 있으면, 내 눈앞엔 금빛과 같은 빛의 흐름이 생기곤 했다.
그것은 단순한 빛이 아니라 수학적인 질서와 기하학적 구조를 띤 환각적 세계였다.
마치 규칙을 따라 정렬된 우주가 나만을 위해 눈앞에 펼쳐지는 듯했다.
그 세계는 단순히 시각적인 자극이 아니었다.
나는 그것을 ‘본다’기보다 ‘느낀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그 질서와 구조는 내 언어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하면서도 완벽했다.
한동안 그 공간에 몰입하면, 나는 눈을 뜨고 나서 심한 어지러움을 느꼈다.
하지만 그 어지러움은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라, 신비롭고 경외로운 감정을 동반한 감각의 잔상이었다.
마치 우주의 기밀에 잠시 손을 대었다가 돌아오는 듯한 느낌.
당시엔 그것이 무엇인지 몰랐다.
이후에야 알게 되었다.
눈을 감고 있을 때 뇌는 외부 자극이 차단되자 스스로 내부의 질서와 패턴을 구성하기 시작한다.
과학자들은 이를 포스핀 현상이라 부르며, 뇌의 시각 피질이 자발적으로 전기적 활동을 할 때 생기는 환각적 이미지라고 설명한다.
이 이미지들은 뇌가 기억해낸 기하학적 규칙, 반복, 파동, 구조 같은 것들이다.
실제로 환각제를 투여받은 이들도 유사한 경험을 한다고 한다.
눈을 감은 채 황금비, 만다라, 프랙탈 같은 형태가 끝없이 반복된다고.
나는 환각제를 먹지 않았지만, 내 감각은 그곳을 이미 알고 있었다.
어쩌면 나는 나도 모르게, 그 어린 시절부터 우주의 구조와 내 뇌의 깊은 회로를 동시에 탐험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회로는 내게 수학이 곧 감각이고, 기하학은 감정이며, 규칙은 언어 이전의 언어라고 가르쳐주었다.
나는 여전히 그 세계를 느낀다.
어린 시절, 무의식처럼 펼쳐졌던 금빛의 기하학적 세계는 이제 나의 일부가 되었다.
눈을 감으면 그 우주는 여전히 존재한다.
아주 미세한 파동처럼, 처음엔 희미하게 나타나다가 점차 형태를 갖추고, 마침내 내 눈앞에서 펼쳐지는 것이 아니라 열리는 것처럼 다가온다.
어릴 적에는 그것이 나를 압도했다.
지금의 나는 그것을 응시한다.
그러나 그 응시는 눈을 뜬 채로 할 수 없다.
세상은 너무 빠르기 때문이다.
오직 눈을 감고서야만, 나는 그 느린 파동에 접근할 수 있다.
그 세계는 말이 없다. 언어가 아니다.
다만 움직이는 수학이며, 형태로 사유하는 철학이다.
나는 그때마다 어지럼다.
눈을 뜨면, 나의 뇌는 마치 무거운 짐을 나른 것처럼 느려지고,
몸은 현기증을 호소한다.
그러나 그 어지러움은 마치 현자의 돌을 만진 뒤 남는 잔광 같다.
신비와 두려움, 규칙과 혼돈이 동시에 나를 지나간다.
사람들은 말한다.
이상하다고.
그러나 나는 이제 안다.
이 감각은 나의 일부이며,
내가 진정으로 세계를 사유하고 느끼는 방식이다.
기억은 사라질 수 있지만, 감각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 감각은 나를 만든 기하학이다.
나는 지금도, 그 세계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