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미술 선생님이 말했다.
“이 음악을 들어보렴. 그리고 떠오르는 걸 그려봐.”
나는 눈을 감았다.
떨리는 듯한 소리가 온몸을 스쳤고,
어느새 파란 물결이 밀려왔다.
그건 송충이처럼 꿈틀거렸고, 선과 색이 나를 휘감았다.
나는 그것을 그대로 종이에 옮겼다.
그림이 완성되자 선생님은 조용히 내 작품을 칠판 위에 걸었다.
그리고 말했다.
“너는 미술을 해야 해.”
그 순간을 나는 잊을 수 없다.
그건 단지 칭찬이 아니라,
내 안의 감각이 외부 세계와 처음으로 연결된 순간이었으니까.
문학 선생님도 나에게 비슷한 말을 해주셨다.
그래서 나는 어린 시절부터
여러 언어로 세상을 해석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혔다.
문학도 나에게 깊은 사랑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문학은 언제나 ‘이해’를 요구받는다.
내가 문장을 해체하고, 구조를 뒤틀어 진실을 꺼내려 하면
사람들은 “어렵다”고 말하거나, “틀렸다”고 말한다.
진실은 때로, 언어로 다 담기지 않는다.
나는 오히려 그 안에서 진짜 언어를 만들고 있다고 느꼈는데.
그래서 나는 미술로 돌아온다.
미술은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감각이 먼저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