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렵함과 뭉뚝함 사이에서
인간의 얼굴은 하나의 지도다.
그리고 그 중 콧망울은 재물과 감정, 삶의 태도를 드러내는 오래된 암호다.
우리는 무심코 남의 얼굴을 보지만, 그 코끝에는 오래도록 다져진 성향의 흔적이 남아 있다.
날렵한 콧망울을 가진 사람은
마치 바람처럼, 흐트러지지 않는다.
그들의 선은 잘 다듬어져 있고, 이마에서 내려온 사고는 코끝에서 절제된다.
그들은 감정을 단단히 묶어둔 사람들이다.
냉정하다는 소릴 듣기도 하지만,
사실은 무너지지 않기 위해 미리 균형을 잡은 이들이다.
지갑을 열기 전, 손끝에 온도를 재고
말을 내뱉기 전, 목소리의 무게를 달아보는 사람들.
그들은 조용히 관찰하고, 부드럽게 결정한다.
반면, 뭉뚝한 콧망울을 가진 사람은
마치 흙처럼, 푸근하다.
그들의 얼굴엔 감정이 흐르고, 웃음은 깊고 크다.
그들은 사람과 정을 나누는 데 인색하지 않으며,
돈이란 것도 결국 흘러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쓰기도 한다. 때로는 많이.
그들은 세상을 감정으로 잇는다.
이익보다 관계를, 계산보다 체온을 우선시한다.
하지만, 이 둘은 우열의 문제가 아니다.
날렵한 이들은 자기 자신을 보호하는 데 능하고,
뭉뚝한 이들은 타인을 품는 데 능하다.
한쪽은 강물처럼 유려하고,
다른 한쪽은 호수처럼 깊다.
나는 사람의 코끝을 보며 생각한다.
운명은 어쩌면 이 작은 곡선에 숨어 있는 건 아닐까?
당신이 무얼 믿고, 어떻게 살아갈지를
얼굴은 조용히 고백하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