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농담 05화

삼성 가의 실종된 미감

by 신성규

삼성의 총수들은 시대마다 각자의 ‘미감’을 바탕으로 한국 자본주의의 얼굴을 바꿔왔다. 그런데, 그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뭔가 묘한 지점에서 감각의 “절벽”을 만나게 된다. 자, 하나씩 감각 탐사를 떠나보자.


이병철 회장은 ‘재계의 선비’였다. 그는 화선지 위에 만년필을 들고, 때론 붓을 들고 글을 썼다. 글씨로도 경영을 했고, 기침도 품격 있게 했다는 전설이 있다. 그에게 삼성은 대기업이 아니라 문방사우의 연장선이었고, 기업의 정신은 서예처럼 곧아야 한다고 믿었다.


이건희 회장은 만년필 대신, 리모컨을 들었다. 오디오를 틀고, 페라리에 시동을 걸었다. 그는 “마누라 빼고 다 바꿔라”는 발언으로 감각적 쿠데타를 일으켰고, 삼성전자를 “소리 좋고 색깔 예쁜”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이건희가 고른 와인은 단순 취향이 아니라, 기업의 색감이었다. 그에게 미감은 단순한 호사취미가 아니라 전략, 무기, 그리고 분노의 배출구였다.


그리고 이재용 회장.

그의 미감은… 미감은… 어디 있지?


그는 자동차를 좋아하지도 않고, 오디오도 잘 안 튼다.

정장도 심심하고, 시계도 눈에 띄지 않는다.

명품의 시대가 끝났고, 감각은 압축되고, 실리콘처럼 말랑해졌다.


그는 왠지 “모든 걸 알고 있지만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남자” 같다. 이제 미감은 반도체 구조 속에 숨어 있다.


그리고 나는 생각한다.

“이재용의 감각은 혹시 클라우드에 있는 건 아닐까?”

아니면, 그의 노션 페이지 속에 숨겨져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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