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의 역설

by 신성규

우리는 더 많이 연결되었다. 더 자주, 더 빠르게, 더 쉽게. 그러나 그 연결은 이해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동조를 강요했고, 정서적 일치라는 이름 아래 개인의 고유한 감정, 생각, 분노, 고통마저 표준화해버렸다.


모든 것은 너무 빠르게 퍼진다. 누군가의 슬픔은 곧 모두의 슬픔이 되고, 누군가의 분노는 곧 모두의 분노가 된다. 그러나 그 감정은 나의 것이 아니다. 내가 느끼지도 않았고, 알지도 못했던 고통에 우리는 함께 분노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냉혈한, 공감 능력이 부족한 자로 낙인찍히는 세상이다.


우리는 공감을 강요당하고, 슬픔을 정량화하며, 분노를 자동화했다. 그리하여 정작 진짜 고통받는 개인은 사라지고, 익명의 감정 군집만이 남았다.


감정은 본래 사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인터넷은 그것을 공공재로 만들었고, 이제 감정조차 여론이라는 괴물에게 속해버렸다.


괴물은 어디 있는가? 괴물은 우리 안에 있다. 스크롤을 멈추지 못하는 손가락 속에, 좋아요를 누르며 소속감을 확인하는 두려움 속에, 댓글 속에, 트렌드 속에, 그리고 감정의 표절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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