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어려워지면, 왜 유동성은 늘어나는가? 답은 명확하다. 국가는 직접 돈을 줄 수 없기에, ‘기회를’ 주는 방식으로 우회한다. 국민에게 돈을 주면, 누군가는 “왜 저 사람만 받느냐”고 반발한다. 그러나 부자에게 부채를 지게 하는 방식은 덜 자극적이다. 왜냐하면 그 돈은 대출이고, 투자이고, 언젠가는 갚아야 하며, 무엇보다도 일자리를 만든다는 명분이 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게임이 시작된다. 돈은 ‘주는 것’보다 ‘빌려주는 것’이 더 정치적으로 안전하다. 그래서 국가는 위기 때마다 금리를 낮추고, 채권을 매입하며, 유동성을 퍼붓는다.
그 결과, 통화량은 인류 역사상 유례없이 증가했다. 아이러니하게 이 돈은 대부분 ‘부의 지대’로 흘러간다. 주식, 부동산, 채권, 사모펀드. 생산이 아니라 가격의 놀이판으로.
그 부작용은 치명적이다.
실물 경제와 자산 가격의 괴리
빚으로 소비하는 세대
재정의 고갈
자산 없는 자들의 상대적 빈곤
세계는 그렇게 빚의 사다리를 계속 올렸다. 위기를 막기 위해 돈을 찍고, 그 돈이 또 다른 거품을 만들고, 버블이 터지면 다시 돈을 찍는 구조. 자본주의는 스스로를 계속 지탱하기 위해, 더 많은 빚을 요구하는 체제가 되었다.
그러나 이제 그 한계가 보이기 시작했다. 미국은 재정적자가 천문학적이고, 중국은 부채와 통제의 균형을 잃어가고 있다.
오직 몇몇 국가만이 다른 길을 택했다.
일본: 내수 순환을 포기한 채 디플레이션을 감수하며 빚을 끌어안고 있다.
독일: 긴축과 보수적 재정 기조로 유럽의 ‘채무자’들을 견제해왔다.
이제 주목할 것은 ‘경제의 모범생들’이다. 무역흑자를 지속하며 재정건전성을 지키고 교육과 기술에 투자해 자립형 경제 체계를 만들어온 국가들.
세계는 다시 ‘유동성의 시대’에서 ‘구조적 탄탄함’의 시대로 옮겨가고 있다. 단순히 돈을 푸는 것이 아닌, 돈이 머물 곳을 설계하는 힘이 중요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