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결핍은 사랑을 삼킨다

by 신성규

사랑은 늘 다른 얼굴로 찾아왔다.

하지만 그 끝은 익숙한 이별의 냄새를 풍겼다.

서로 다른 계절, 다른 사람, 다른 언어였지만

나는 결국 같은 방식으로 사랑했고, 같은 방식으로 부서졌다.


처음엔 경이로움이다.

상대는 내 결핍을 메워줄 신처럼 느껴진다.

그녀의 말, 눈빛, 관심. 그것들이 나를 존재하게 해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불안이 올라온다.


사랑은 상실에 대한 예감이 커질수록 소유로 변해간다.

그리고 그때부터 서로를 보는 눈이 아니라, 잃지 않으려는 시선이 앞선다.


아마 나는 누군가를 사랑하려 한 게 아니라

나의 결핍을 메우는 완성품을 찾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녀가 나를 떠날까 두려운 건,

사랑을 잃어서가 아니라

내가 다시 ‘결핍된 나’로 돌아갈까 봐 무서운 것.


사랑은 그래서 완성되지 않는다.

그녀는 내가 채워야 할 내면의 공허까지 메워줄 수 없다.

내가 나를 돌보지 않는 이상,

사랑은 늘 내부 붕괴로부터 시작된 해체다.


반복을 끊으려면, 사랑이 아닌 나를 들여다봐야 한다

사랑의 실패가 우연이 아니라면

그건 내가 해결하지 못한 서사 속에서 반복되는 장면들이다.

그리고 그 서사는 대부분

‘나는 사랑받기 위해 어떤 존재여야 한다’는

조건적 존재감의 서사로 이루어져 있다.


그것을 수정하지 않는 한

아무리 다른 사람을 만나도

나는 결국 같은 감정의 미로에 들어선다.


사랑은 내면의 복사물이다

사랑이 깨질 때마다,

나는 상대를 원망하거나 세상을 탓했다.

그러나 이제 알 것 같다.

모든 사랑은 내면의 확장판이다.


내 안에 있는 상처, 결핍, 두려움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외부에 투사될 뿐.


그래서 사랑의 실패는 타인을 통해 쓰는 자기 서사의 실패였고,

그 반복을 멈추려면,

이제 사랑이 아니라 나를 이해해야 한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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