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사랑은 내 모습을 감추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나는 언제나 내 자신을 드러내며 살아왔다.
불안도, 상처도, 열등감도.
나는 나를 감추기보다, 오히려 활짝 펼쳐 보였다.
그 모습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었는지,
많은 여자들은 나에게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비밀을 털어놓곤 했다.
그것은 신뢰였다.
그들은 내 투명함 속에서 자신을 투사했고,
나는 그 신뢰를 소중히 여겼다.
아니, 여겼다고 믿고 싶다.
그러나 나는 실망했을 때,
그 신뢰를 무기처럼 휘두르기도 했다.
그들의 가장 연약한 고백을
나의 가장 날카로운 분노로 되갚았다.
나는 이해하는 존재에서,
가장 잔혹한 재판관으로 변해버렸다.
이것은 단순한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
정서의 구조, 존재의 양면성이다.
나는 한때 스스로를 정서의 천사라고 믿었다.
그러나 실망의 순간,
나는 정서의 악마가 되었다.
내가 들은 고백을 칼로 바꾸는 그 순간,
나는 내가 나를 미워하게 되었다.
나는 내 안의 이 격정을 ‘프랑스적 정서’라 부른다.
즉흥적이며, 감정 중심적이며, 고결함을 추구하지만 그만큼 파괴적인.
예민하고 열정적이지만, 냉소로 치닫는 감정의 굴레.
나는 독일인이 되어야 한다고 느낀다.
질서, 거리두기, 메타인지.
감정이 아닌 원칙으로 말하고,
사랑 대신 이성을 택하는 태도.
사람을 이해하는 것과
그 이해를 칼로 만들지 않는 것.
그것이 내가 배워야 할 ‘냉정함’이다.
나는 지금껏 너무나 인간적이었기에 잔혹했다.
나의 장점은 나의 결함과 붙어 있다.
그러나 이제는 그 둘을 분리할 수 있어야 한다.
정서의 천사이기 위해선, 정서의 악마를 이해하고,
그를 눌러야 한다.
이건 사랑 이전에,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