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쥐의 일기

by 신성규

서울로 예술 유학을 가고 싶었다.

기회의 땅, 새로운 만남, 자극적인 지적 환경.

하지만 이상하게도, 서울의 방을 검색하는 순간부터 가슴이 조여왔다.

좁고 낮은 천장, 빽빽하게 들어찬 가전제품, 나조차 발 디딜 틈 없는 구조.

방을 본 게 아니라, 방에 갇힌 나를 본 것 같았다.


나는 집이 오래된 건 상관없다.

시간이 스민 흔적, 벽의 얼룩, 낡은 나무 문틀조차 정겹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탁 막힌다’는 느낌은 다르다.

그건 단순히 구조의 문제가 아니라, 내 내면의 공간이 닫히는 느낌이다.

숨 쉴 틈 없이 압축된 방 안에 들어가는 순간,

내 사고도, 감정도, 가능성도 마치 수납장 안에 접혀 들어가는 것 같다.

나는 존재의 볼륨을 줄이게 된다.


가끔은 그런 생각도 든다.

“차라리 감방이 낫지 않을까?”

그곳은 적어도 나에게 무엇도 기대하지 않는다.

확실한 구속은 오히려 심리적으로 안정적이다.

하지만 서울의 방은, 도시의 에너지와 함께

끊임없이 ‘성장하라’, ‘움직여라’, ‘참아라’고 요구한다.

나는 나아가고 싶은데, 공간은 내게 ‘작아져야 한다’고 말한다.


나에겐 공간이 단지 사는 곳이 아니다.

존재할 수 있는 여지다.

생각이 흐르고, 감정이 숨 쉬고, 나 자신이 펼쳐질 수 있는 여백.

내가 방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방이 나를 수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서울에 가고 싶다.

하지만 그건 내가 작아지는 방식이 아니라,

내가 숨 쉴 수 있는 방식을 찾아야 가능한 일이다.

좁은 방에서 숨이 막히는 건, 단지 벽 때문이 아니라,

내 마음이 좁아지는 것을 스스로 감지하기 때문이다.


좁디 좁은 방에 들어가면, 나는 생각하지 않게 된다.

생각할 수 없는 곳에서는, 꿈도 피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지금, 방을 찾는 게 아니라

내가 존재할 수 있는 숨의 크기를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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