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는 비움으로 깨달음을 얻었다.
욕망을 버리고, 집착을 버리고, 세상의 모든 소유와 애착을 내려놓았을 때
그는 자유로웠고,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비움 속에서 그는 인간이 만든 모든 굴레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를 마주했다.
그런데 나는 가끔 묻는다.
‘쾌락으로는 깨달음을 얻을 수 없을까?’
쾌락의 순간, 인간은 완전한 몰입 상태에 빠진다.
그 순간만큼은 과거도 미래도, 자아조차 사라진다.
쾌락의 정점에서 인간은 ‘나’라는 경계마저 무너뜨린다.
그것이야말로 무아(無我)의 한 형태가 아닐까?
석가가 말한 ‘비움’은 사실상 모든 욕망을 내려놓는 것이다.
그렇다면 쾌락의 정점에서 자아가 소멸되는 그 몰입 역시
비움과 닮은꼴이 아닐까.
단지 다른 길을 통해서.
욕망을 억제하여 무아에 이르는 길이 석가의 길이라면,
쾌락의 순간에 욕망이 극대화되다가 스스로를 초월해 무아에 도달하는 길도
있을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가끔 생각한다.
깨달음은 길이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쾌락의 몰입을 통해서도 인간은 잠시나마 자아의 벽을 넘어선다.
오히려 몰입이라는 개념으로 보자면
쾌락은 더 손쉬운 길이 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인간의 본능은 이미 쾌락을 갈망하도록 만들어졌으니까.
문제는 그 쾌락을 ‘소유’하려는 순간에 다시 집착이 생기고,
그 집착이 다시 고통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그래서 석가는 소유를 경계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생각한다.
쾌락이든 비움이든, 결국 인간이 ‘자아’를 벗어나 순간의 몰입에 도달하는 그 자리에서만
진정한 깨달음이 가능하다고.
길이 다를 뿐, 종착지는 같을지도 모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