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17화

허공에 닿은 시선과 괴로움

by 신성규

나는 대화를 하다가

종종 허공으로 빠져나간다.

전 여자친구들이 내게 말을 걸던 순간에도

나는 자주

그녀들의 목소리를 잃고

다른 세계로 이탈해버렸다.


그녀들의 말은 내 귀를 스치듯 지나갔지만

내 마음은

이미 다른 풍경, 다른 공기,

어쩌면 아무도 없는 낯선 방에 머물러 있었다.

그곳에서 나는

혼자서만 아는 이야기를 쓰고,

이상한 공상과 상념에 빠져

허공 속을 떠돌았다.


나는 너무 이상하다.

여자친구들과의 추억을 떠올리면

그녀들의 표정보다

내가 빠져버렸던 그 허공이 더 선명하다.

그때마다

그녀들은 내게 “왜 나한테 집중 안 해?”라고 물었지만,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나는 이미

그녀들의 말과는 상관없는 이야기로

마음을 묶어두고 있었으니까.


그때의 나는

너무 괴로웠다.

그녀들에게서 멀어지고,

나 자신에게도 멀어지는 것 같았다.

그녀들의 얼굴을 떠올릴 때마다

나는 괴로움으로 숨이 막혔다.

왜 나는 이렇게밖에 살 수 없을까?

왜 나는 늘 허공을 떠돌며

진짜 이야기를 놓쳐버릴까?


나는 여자를 만날 자신이 없다.

내 마음은 여전히 이상하고 괴로워서

누군가의 마음을 받아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나는 나의 허공 속으로만 빠져들 뿐,

누구에게도 온전히 다가가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허공에 닿은 시선으로

오늘도 혼자

이상한 이야기만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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