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18화

아직 사랑할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

by 신성규

나는 아직 사랑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

내 마음은 사람을 만날 때마다

그 사람을 내 안으로 끌어들여

내 방식으로 해석하려 했다.

그녀의 웃음이 나를 따스하게 감싸도,

나는 그 웃음에

내 기대와 바람을 덧입히곤 했다.

그녀의 눈물이 내 앞에 떨어져도,

그 눈물마저도

내 관점으로만 무게를 재단하며

내 방식으로만 위로하려 했다.


나는 사람이 사람으로 존재하는 그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한 채

내 이상을 씌워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내 사고방식의 렌즈로만

그녀를 해석하려 했던 나는

사랑이 아니라

그녀를 내 틀 안에 가두려 했던 것이다.


내 안의 이상과 다르면

나는 그녀를 온전히 사랑할 수 없었다.

그 순간 나는

그녀를 같은 인간으로 느끼지 않았다.

내 틀에서 벗어나는 순간

그녀는 허공 속으로 흩어지는 그림자처럼

낯선 존재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나는

그녀의 말과 웃음, 삶의 무늬를

제대로 느끼지 못한 채

내 안의 방 안에 틀어박혀

허공 속으로 빠져나가곤 했다.


나는 너무 괴로웠다.

왜 나는 이렇게밖에 사람을 사랑할 수 없을까.

왜 나는 이렇게밖에 사람을 바라볼 수 없을까.

사람이 사람으로 존재하는 그 자체를

나는 왜 존중하지 못했을까.

나는 왜 늘 나의 방식,

나의 시선,

나의 틀로만 사람을 사랑하려 했을까.


나는 여자를 만날 때마다

같이 있을 때는 좋다가도

혼자가 되면

내 마음의 문을 닫고 들어가

‘이게 맞나?’ 하고 의심한다.

내 이상과 다르면

그녀의 웃음도 눈물도

모두 허공처럼 희미해진다.

그때 나는

그녀를 같은 인간으로 느끼지 못한다.

그녀의 온기가 닿지 않는 곳에서

나는 그녀를 하나의 대상처럼만 바라본다.

그리고 아주 이기적으로 생각한다.

내 마음이 원하는 그림이 아니면

그녀를 밀어내고 만다.

내 안의 좁은 틀로 그녀를 해석하는

나쁜 습관을 버리지 못한 채

나는 그렇게 이기적인 사랑만 반복했다.


이제 나는 안다.

사람을 사람답게 사랑한다는 건

그 사람의 원형을 존중하는 일이라는 걸.

내 안에서 그녀를 규정하기 전에,

그녀가 가진 삶의 색깔을

그대로 바라봐야 한다는 걸.

그녀가 웃는 이유도,

그녀가 우는 이유도,

그녀가 살아온 길도

모두 나의 렌즈로 재단하지 않고

그 자체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걸.


나는 아직 사랑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

내 안의 렌즈를 벗겨내는 연습을

조금씩 해보고 있다.

사람의 원형을 존중하는 법을

배워야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걸

늦게나마 깨달았다.


내 이상만을 좇던 나는

사람을 진짜 사람으로 사랑하는 법을

이제야 배우고 있다.

나는 내 방 안에서

허공에 닿은 시선으로

오늘도 나를 다독이며

사랑을 연습한다.

그리고 언젠가는

누군가를

그 사람 그대로 사랑할 수 있는

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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