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사랑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
내 마음은 사람을 만날 때마다
그 사람을 내 안으로 끌어들여
내 방식으로 해석하려 했다.
그녀의 웃음이 나를 따스하게 감싸도,
나는 그 웃음에
내 기대와 바람을 덧입히곤 했다.
그녀의 눈물이 내 앞에 떨어져도,
그 눈물마저도
내 관점으로만 무게를 재단하며
내 방식으로만 위로하려 했다.
나는 사람이 사람으로 존재하는 그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한 채
내 이상을 씌워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내 사고방식의 렌즈로만
그녀를 해석하려 했던 나는
사랑이 아니라
그녀를 내 틀 안에 가두려 했던 것이다.
내 안의 이상과 다르면
나는 그녀를 온전히 사랑할 수 없었다.
그 순간 나는
그녀를 같은 인간으로 느끼지 않았다.
내 틀에서 벗어나는 순간
그녀는 허공 속으로 흩어지는 그림자처럼
낯선 존재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나는
그녀의 말과 웃음, 삶의 무늬를
제대로 느끼지 못한 채
내 안의 방 안에 틀어박혀
허공 속으로 빠져나가곤 했다.
나는 너무 괴로웠다.
왜 나는 이렇게밖에 사람을 사랑할 수 없을까.
왜 나는 이렇게밖에 사람을 바라볼 수 없을까.
사람이 사람으로 존재하는 그 자체를
나는 왜 존중하지 못했을까.
나는 왜 늘 나의 방식,
나의 시선,
나의 틀로만 사람을 사랑하려 했을까.
나는 여자를 만날 때마다
같이 있을 때는 좋다가도
혼자가 되면
내 마음의 문을 닫고 들어가
‘이게 맞나?’ 하고 의심한다.
내 이상과 다르면
그녀의 웃음도 눈물도
모두 허공처럼 희미해진다.
그때 나는
그녀를 같은 인간으로 느끼지 못한다.
그녀의 온기가 닿지 않는 곳에서
나는 그녀를 하나의 대상처럼만 바라본다.
그리고 아주 이기적으로 생각한다.
내 마음이 원하는 그림이 아니면
그녀를 밀어내고 만다.
내 안의 좁은 틀로 그녀를 해석하는
나쁜 습관을 버리지 못한 채
나는 그렇게 이기적인 사랑만 반복했다.
이제 나는 안다.
사람을 사람답게 사랑한다는 건
그 사람의 원형을 존중하는 일이라는 걸.
내 안에서 그녀를 규정하기 전에,
그녀가 가진 삶의 색깔을
그대로 바라봐야 한다는 걸.
그녀가 웃는 이유도,
그녀가 우는 이유도,
그녀가 살아온 길도
모두 나의 렌즈로 재단하지 않고
그 자체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걸.
나는 아직 사랑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
내 안의 렌즈를 벗겨내는 연습을
조금씩 해보고 있다.
사람의 원형을 존중하는 법을
배워야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걸
늦게나마 깨달았다.
내 이상만을 좇던 나는
사람을 진짜 사람으로 사랑하는 법을
이제야 배우고 있다.
나는 내 방 안에서
허공에 닿은 시선으로
오늘도 나를 다독이며
사랑을 연습한다.
그리고 언젠가는
누군가를
그 사람 그대로 사랑할 수 있는
내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