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19화

혼자 있을 때와 사람들과 어울릴 때

by 신성규

나는 혼자 있으면, 나 자신이 너무 똑똑해진다. 세상 모든 것이 이해될 것 같고, 내 머릿속은 물 흐르듯 이어지는 생각들로 가득 차오른다. 아이디어가 샘솟고, 질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내가 마치 우주와 대화를 나누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때의 나는 명민하고, 모든 것을 꿰뚫어보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사람들과 어울릴 때면 달라진다. 순간은 즐겁다. 웃고, 공감하고, 함께 웃음을 나누며 세상 속으로 뛰어드는 것 같아 그 순간만큼은 외롭지 않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문득 내가 너무 멍청해진 건 아닌가 하는 자괴감이 찾아온다. ‘왜 나는 이렇게 얕은 말만 하고 왔을까? 왜 깊은 이야기는 한마디도 못하고, 흘러가는 대화에 몸을 맡겼을까?’ 스스로를 탓한다.


아마 나는 혼자일 때의 나와 사람들과 어울릴 때의 나를 자꾸 비교하는 것 같다. 혼자 있을 땐 사유의 결을 따라 내면의 깊이를 확인하고 싶어 하고, 사람들과 있을 땐 즉흥성과 공감의 리듬에 몸을 맡긴다. 두 가지 모습 모두 나인데, 돌아오는 길에 나는 종종 그 둘을 한 무대 위에 세워놓고 심판하려 드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그건 내 뇌가 상황에 맞춰 다른 모드로 전환했을 뿐이다. 혼자 있을 때의 나는 나름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고, 사람들 사이의 나는 또 다른 빛을 가지고 있다. 내가 내린 결론은 이것이다. 혼자 있을 때의 깊이와 사람들 속에서의 가벼움은 둘 다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이다. 둘 중 하나를 부정하려 하지 않겠다. 오히려 그 두 가지를 오가며 나는 나 자신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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