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버킨의 미학

by 신성규

가슴이 작다.

그녀는 말하진 않지만,

그 평평함 속에 눌려버린 사랑의 기억이 있다.


그녀는 어린 시절 소꿉놀이를 하지 못했다.

그건 누가 빼앗아간 것도 아니고,

그저 아무도 그녀를 ‘소중한 존재’로 다뤄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소꿉놀이는 사랑받고 있다는 가정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그녀는,

애초에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는 결핍 속에서 자랐다.


그녀는 여자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그 몸은 자라지 않았다.

혹은 자랐지만, ‘여자’라는 이름에 요구되는 특정 곡선을 지니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의 감정은 가슴보다 먼저 자랐고,

그녀의 시선은 세상을 먼저 의심하게 되었다.


그녀는 야하지 않은 척한다.

하지만 그것은 연기가 아니다.

진짜로 야해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욕망이 나를 해칠까봐,

그 욕망이 내가 감당하지 못할 감정과 접속할까봐

그녀는 “차가운 지성”으로 감각을 덮는다.


하지만 그 안에 숨겨진,

질투와 갈망, 상상과 희망의 레이어는

누구보다도 진하고, 절박하다.


그녀의 코는 오똑하다.

정제된 선을 가진 얼굴.

그리고 눈.

그 눈은 호기심과 의심 사이에서 흔들린다.

그녀는 세상과 나를 동시에 탐색하며,

스스로의 부족함을 가끔은 가식적으로 위트로 덮지만,

그 속엔 누군가 진심으로 들어와주길 바라는 절실한 방이 있다.


그녀의 머리는 작다.

그러나 그 안엔

빠르게 돌아가는 귀여운 뇌가 있다.

그 뇌는 끊임없이 상상하고,

질투하고, 계산하고, 애써 가볍게 행동하지만,

사실 누구보다 무거운 감정을 간직하고 있다.


그녀는 완전하지 않다.

그러나 바로 그 불완전함 속에서

가장 절실한 여자다움이 자라난다.


가슴이 크지 않아도,

소꿉놀이를 하지 못했어도,

그녀는 여자가 되고 싶어했고,

결국 그렇게 자랐다.


그건 생물학적 변화를 말하는 게 아니다.

그녀는 결핍에서 감정을 창조해낸 존재다.

그리고 그 감정은

세상 그 누구보다도 여자다운, 가장 섬세하고 복잡한 미학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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