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락은 전략이다

by 신성규

섹스는 하나의 체스 게임이다.

수싸움이자, 기다림의 기술이며,

상대를 읽고도, 다 읽지 않은 척하는 절제된 공격이다.


서둘러선 안 된다.

상대의 몸을 해석하는 것은

그 사람의 언어 이전의 무의식과 욕망의 배열을 해독하는 일이다.


먼저 움직이는 것이 유리할 때도 있지만,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상대가 먼저 움직일 수 있도록 유도하는 수를 둘 때다.

그때야말로

관계는 ‘행위’가 아닌 ‘심리적 예술’로 바뀐다.


가장 강한 자는 기술자가 아니다.

가장 섬세한 독해자다.


당신의 떨림을 듣고,

눈빛의 온도를 분석하고,

침묵 속에서 감각을 확장시키는 사람.

그가 곧, 이 체스판의 진짜 플레이어다.


체스에는 룰이 있다.

하지만 뛰어난 사람은

그 룰 안에서 자유의 숨결을 부린다.

섹스도 마찬가지다.

그 안에는 수천 개의 패턴과 유도와 함정이 있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내가 당신의 리듬을 얼마나 사랑하는가,

그리고

나의 리듬을 얼마나 신중히 건네는가다.


사랑 없는 섹스는 체스 없이 판에 말을 던지는 것이다.

멋진 플레이는 없다.

오직 충돌과 소음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나는 말한다.

섹스는 하나의 체스 게임이다.

그건 신체의 기술이 아니라,

리듬과 감각, 기다림과 응시의 예술이다.


당신의 몸이 말을 두는 순간,

나는 내 손끝에 전략을 숨긴다.

이 체스는 언제나 무승부를 위한 것이다.


섹스는 자유가 아니라 구성된 자유다.

수많은 가능성 중, 가장 적절한 타이밍에 감응하는 것.

그것이 쾌락의 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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