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과 이재명.
겉으로 보기엔 같은 진보 진영의 인물이지만,
그들의 정치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나는 그 차이를
“철학의 강도와 유연함의 정도”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고 싶다.
문재인은 철학이 강한 사람이다.
그것은 곧 일관된 가치와 신념의 구조를 유지하는 데서 드러났다.
촛불혁명을 계기로 등장한 그는
진보라는 이름 아래 정의·평등·인권이라는 가치를
이념적 일관성 안에서 구현하려 했다.
남북 평화 노선, 검찰 개혁, 사회적 약자 보호 등의 정책은
그의 강한 신념의 발현이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철학의 강도는 유연함을 앗아갔다.
가치는 고귀했지만,
현실 정치의 파고 앞에서 조율과 타협이 결핍된 정권이라는 비판도 피하지 못했다.
문재인은 역사상 가장 ‘좌’의 이념을 일관되게 추진한 대통령이었다.
때로는 그것이 시대의 변화를 읽는 감각보다
신념의 도그마에 가까웠다.
반면 이재명은 다르다.
그에게는 강한 철학보다는 뛰어난 감각이 보인다.
그의 정치적 행보는
좌우의 경계를 넘나들며
의외성을 동반한다.
그는 복지와 기본소득을 말하면서도
부동산 규제에 있어선 시장 친화적 접근을 보이고,
공공의 역할을 강조하면서도
때로는 재정 건전성에 타협적인 메시지를 던지기도 한다.
이쯤 되면 묻고 싶어진다.
“그는 진보가 맞는가?”
그 의문은 단순한 정치적 성향을 넘어,
그의 정치를 관통하는 실용주의적 유연함을 가리킨다.
그 유연함은 때때로 정치적 계산으로도 읽힌다.
이재명은 언론에 정책을 살짝 흘려본 후,
여론의 역풍이 불면 곧장 철회하거나 태도를 바꾼다.
그의 정치엔 실험적이고 감각적인 요소가 강하며,
그만큼 일관성보다 즉각적인 반응성과 조율 능력이 강조된다.
이재명은 이념을 구현하려 하기보다는,
도구화하여 현실과의 접점을 찾는다.
그 안엔 시민 감각에 대한 빠른 반응,
그리고 정치적 생존을 위한 전략적 유연함이 있다.
문재인의 정치는
그 자체가 선언문 같았다.
의지와 철학이 중심이었고,
그로 인해 변화는 명확했지만,
타협과 조정이 없었다.
이재명의 정치는
현장 같다.
시장 한복판에 서 있는 듯하고,
그때그때 반응하며 끊임없이 조정된다.
그는 누구보다 빠르고 유연하며,
그것이 때론 원칙 없는 정치라는 의심도 낳는다.
나는 생각한다.
우리는 지금 철학의 시대를 지나
유연함의 정치로 이행하는 중일지도 모른다.
문재인이 남긴 것은
‘가치 기반의 이상’이었고,
이재명이 시도하는 것은
‘현실 조율의 감각’이다.
두 인물은
모두 한국 정치의 중요한 축이었고,
앞으로도 ‘무엇이 더 시대에 적합한 정치인가”라는 질문 속에서
계속 비교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