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진보다.
그러나 문재인이 옳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국민을 너무 쉽게 갈라쳤다.
자신의 철학에 동의하지 않으면 ‘적폐’로 간주했고, 반대 의견을 존중하지 않았다.
철학이 있다는 건 좋지만, 그 철학이 곧 배타적 선이 되면 대화는 사라진다.
그 점에서 문재인은 윤석열과도 닮아 있다.
윤석열은 거칠고 권위적이다.
그는 법과 질서를 앞세우지만, 결국 자기 입장을 법처럼 여긴다.
문재인은 부드럽고 온화했지만, 그 안의 철학은 폐쇄적이었다.
다르지만 비슷했다.
둘 다 자신의 세계 안에서만 대화하려 했고, 바깥은 쉽게 배제했다.
문재인은 ‘촛불’이라는 도덕적 정당성을 등에 업고 정치를 시작했다.
그러나 그 정당성이 이견을 배제하는 명분이 되었을 때,
그는 이미 ‘민주’라는 단어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윤석열은 ‘공정’을 외치지만, 실제로는 권력의 사유화를 정당화한다.
결국 두 사람은 다른 얼굴을 하고 있지만,
정치를 자기 진영의 울타리 안에만 가두었다는 점에서 놀랍도록 닮았다.
그들의 정치에는 다름에 대한 관용도, 불확실성에 대한 유연성도 없었다.
정치란 결국 타인과의 공존을 상상하는 능력이다.
철학이 있는 정치가 좋다.
하지만 철학이 곧 진리처럼 작동할 때, 정치는 전체주의로 흘러간다.
진보도, 보수도 자기 생각에 너무 확신을 가질 때,
결국 민주주의는 사라지고 선과 악의 투쟁만 남는다.
나는 진보다.
하지만 나의 생각이 폐쇄적일 수 있음을 늘 경계하고 싶다.
그래서 문재인을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비판이 진정한 진보의 자정능력이고, 민주주의의 회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