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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활지은이 Aug 01. 2019

기다림은 원래 심심한건가요?

냉면맛집에서 만난 꼬마 철학가


ep. 1 냉면맛집 대신 철학맛집


습습하기 짝이 없던 어느 주말, 냉면 한 사발을 하러 갔다.

변변한 냉면집 하나 없는 도시골에 사는 내게, 그 곳은 냉면천국과도 같았다.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이 공존하는 메뉴판. 고객의 마음을 읽은 듯한 쌈박한 냉면집이었다.

덕분에 사람은 그득그득 넘쳐서 음식없이 멀뚱히 앉아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여보, 음식 언제나올까?" "나오겠지"

대기용 이야기 소재도 바닥을 보이던 찰나, 옆 테이블에 새로운 가족이 자리를 잡았다.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부부와 대여섯살 정도 되어보이는 귀여운 여자 아이.

아빠는 핸드폰을 하고 있었고, 엄마는 식당을 두루두루 살피고 있었다.

둘 곳 없던 아이의 시선 끝에 꼬마는 입을 열었다.


"엄마, 기다림은 원래 심심한거야?"


남편과 나의 눈이 마주쳤다. 쿡 끝에 새어나오는 탄식, 와......

기다림에 동반되는 감정은 무엇이 있을까?

설렘, 긴장감 혹은 지루함?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면 심심함은 기본 동반되겠지.


아이가 없어서인지 그 물음이 너무나 신선했다.

막상 아이의 부모는 별 대답없이 순간을 넘겨버리더라.

만약 내게 물었다면 어떻게 대답해야할까? 어렵다.


어디선가 어린아이의 생각이 철학적 접근에 가장 가깝다고 이야기하더라.

가장 원론적인 질문부터 시작되어서 일까?


아이고, 너무 어렵게 접근하지말자.

남편은 "음, 심심하면 게임할까?" 라고 대답한댄다. 내 팔자야...

게임은 지양하지만 가끔 남편의 가벼운 대처가 부럽다.


김밥천국이 그러하듯, 평냉과 함냉을 함께 판매하던 냉면집의 맛은 잘 기억이 안난다.

대신 꼬마 철학자의 질문만 선명하게 기억난다.


"기다림은 원래 심심한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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