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리는 시립미술관도 힘이 있다. 그리고 그날의 변명도 문득..
오늘은 빠리 시립현대미술관에 왔다. 유명한 미술관도 다니고 있지만 그래도 문득 이곳에 와 보고 싶었다. 제주도 도립미술관을 가끔 다니다. 빠리 시립은 어떨까 그런 생각에...
물론, 비교는 어렵고.. 무의미하다. 거기는 빠리고 여기는 제주도고... 그 지역이 가지는 문화에 대한 정서 차이가 아직은 크다.
빠리 예술정책에 대한 작은 에피소드가 나에게는 있다.
올해.. 나는 제주도의 문화예술계획 연구 자문위원으로 여러가지 제안과 연구보고서 검토를 근 1년간 했다. 그러다 '예술인 복지기금과 창작지원기금' 관련 회의 중에 내 의견에 뭔가 불쾌하셨는지, 빠리에서 성악 활동을 하다 제주로 돌아오신 분께서 "빠리에서는 예술가가 예술활동기간 중 일정금액을 내면, 비활동기에는 일정액의 지원금을 준다" 이런 빠리의 예술인에 대한 모습을 제주에 비교할 수 는 없지만 상당히 불쾌하다는 식의 말씀이었다........... 음... 쩝.. 그때 참 많이 힘이 빠졌다. 하나라도 더 구체화시켜 도입해 보고자 무리해서라도 방향을 말하고 싶었던 것인데... 뭐 의견은 항상 다를 수 있다..
참고로 그건 빠리에서 하는 게 아니라 프랑스 정부에서 하는 '앙테르미탕'이라는 정책이다. 고용보험의 실업급여 같은 제도다. 그리고 국내에서도 시행하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재정규모나 시행방법에서 차이나며, 프랑스만큼의 빈도는 우리는 아직 보이지 못하는 점이기는 하다. 그리고 프랑스가 의무적 시행이라면 국내는 개인 선택적 시행이다. 물론, 이 차이는 상당히 크고 예술가의 안정을 위해서는 우리도 의무시행을 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다만 그것은 개별 지자체차원의 접근보다는 국가차원의 기금운영반안으로 해야 실효를 가질 수 있다. 뭐 그 외에도 제도시행적 차이는 아주 크다. 어찌하건..
쩝.. 여기서 그날의 변명을 하다니... 소심한 놈... 쩝!
하여간... 그래서 빠리랑 제주는 차이가 ........... 뭔 말인지.. 어찌하건 순수 지역재정의 미술관을 보고 싶었다. 어떨까 하는 생각에.. 다시 빠리 시립... 그리고 역시.. 여기는 정말 다르기는 했다. 빠리 시립현대미술관은 거의 콜력션에서 다른 메이저 미술관과 비교해서 양적인 차이가 있을 뿐 질적인 수준으로는 차이가 없었다는 말을 하고 싶다.
아.. 여기는 공짜다. 물론, 기획전시는 유료지만.. 기본 소장품전은 무료다.
우리가 아는 유명화가들의 작품을 최소한 한, 두 작품은 볼 수 있었다. 특히, 빠리 시립미술관의 현대.. 혹은 근대... 작품 구성은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추상에서 구상, 큐비즘 등등 다양한 현대미술의 변화를 볼 수 있는 수준작들이 많았다.
"빠리시립은 1900년대의 '아방가르드'함을 담았다." 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피카비아, 에른스터, 샤갈, 피카소, 마티스, 브라크, 모딜리아니, 베르나르드 뷔페, 등 등... 그 외에도 열거하기 힘들 정도의 주옥같은 1900년대 초기작품과 작가들을 만날 수 있다. 어쩌면 후기 인상주의 이후 어떻게 서양미술이 근대 혹은 현대로 변화했는지를 알 수 있는 곳이 아닐까...
그리고 여기에는 상당한 크기의 대작이 있다. 하나는 라울 뒤피의 'La Fee Electricite'라는 작품이다. 사진으로 보면 감이 없겠지만 미술관을 들어가 입구 첫 전시장 전체를 가득 메우고 있는 엄청나게 큰 작품이다. 특히, 이 작품은 빠리 만국박람회 기념으로 제작된 만큼 하나하나 그림 요소들을 보면 만화 같은 스토리를 볼 수 있어 나름 보는 재미가 있는 그런 작품이다. 충분히 매력적이다.
그리고 또다른 대작인 마티스의 그림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로베르 들로네(Robert Delaunay)와 소니아 들로네(Sonia Delaunay)...
음.. 우선 이 두 사람은 부부다. 외국출신이기는 하지만 프랑스, 빠리 화가다. 또한, 이 부부의 작품은 다른 메이저 미술관에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곳에서는 다른 이름에 눈이 가려져 잘 기억되기 어려울 수 도 있다. 하지만, 빠리 시립에서는 이 부부의 위대한 역작들을 만날 수 있다.
음.. 왜 나는 위대하다는 말을 했을까..
그것은 일반 구상화가 추상으로 변화하는 그 전환기를 이 부부는 명확히 보여준다. 구상화의 모습이 어떻게 선이 되고, 면이 되며, 점이 되며, 도형화 되는지를 이들의 작품을 따라가다 보면 문득 그럴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한 지극한 색조의 역동성과 화려함.
이 부부는 작품을 머리로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그들은 탐구하는 예술가가 아닐까....
작품의 어떤 감동적인 부분과는 달리 그들은 회화를 탐구하면서 새로운 시각적인 가치에 몰두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다음사람들에게 그 다음의 가치를 열어준... 그런..... 물론,,, 이들 외에도 다른 작가들도 많이 말할 수 있겠지만... 빠리 시립에서만큼은 이 부부의 존재감이 확실하게 빛난다.
끝으로 '일본미술'이 서양에 끼친 영향을 알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서양미술사에 일본미술의 영향은 엄청난 크기로 작용한다. 모네에서 고흐, 피카소 등등... 뭐 그렇다. 빠리시립미술관도 '빨레드도쿄'에 위치하고 있으며, '빨레드도쿄' 전시관에서도 장장한 현대미술 전시가 이루어진다.
하여간 이러한 이유에서인지 빠리시립미술관에는 중국과 일본의 현대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 특히, 일본계 프랑스 작가인 레오나르 후지타(Leonard Foujita)의 작품이 상당히 강렬하다. 서구유럽미술의 가치와 일본 미술 특히 민화의 가치가 독특하게 교차한 작품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아메데오 모딜리아니(Amedeo Modigliani)'의 작품에 충동적인 눈길이 갔다.
그의 일대기를 몇 줄을 읽어보니 그는 정말 잘생긴 남자였으며, 헤르만 헷세의 <지와 사랑>에 나오는 '골드문트' 같은 남자였다. 수많은 여인들과 사랑하며 감각적인 여인의 선을 그린 남자. 혹은 화가.
하지만 그는 술과 마약에 중독되어 살았으며, 파리의 자선병원에서 결핵환자로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그랬다.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