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wer of Music-아이랑 클래식 배우기 재도전
클래식을 잘 아는 사람이고 싶다.
'4시간만 일한다'의 저자 팀 패리스가 성공한 사람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그들의 공통점을 발견했는데 그게 바로
그들은 일할 때 즐겨 듣는, 집중해서 무엇인가를 해야 할 때 꼭 듣는 음악이 몇 가지 있다는 것이었다.
그건 클래식이기도, 아주 시끄러운 음악이기도, 때로는 리듬감 있는 재즈 이기고 했다.
그래서 다시 나의 바람 중의 하나였던 클래식 이해하기에 도전하기로 했다.
좋다고 들으면서 매번 이게 비발디의 봄인지 여름인지 구분을 못하는 내가 너무 속상하기에,
클래식이 좋아서 예당에서 콘서트홀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말하기에 창피하기에.
나는 초중고를 모두 대전에서 보냈다. 지금도 그때에도 대전은 큰 도시이긴 했지만 서울처럼 공연을 볼 수 있는 곳이 거의 없었다. 가끔 시립합창단의 공연이나 열린 음악회, 주현미 콘서트를 개최하긴 했지만 사실 학생인 내 입장에서 공부시간과 바꾸어서 갈 만큼 매력적인 공연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공연에 늘 목말랐던 나는 고백하건대 합창단, 열림음악회, 주현미 콘서트를 모두 다 가보았다. 하하하하하 공연이 없으니 그거라도 가야지 어쩌겠는가. 그런데 외국 합창단이었는데... 음.. 미안하지만 처음에 그들이 등장헀을 때 하얀 제복을 맞춰 입어은 천사 같은 모습에 뿅 반했었다. 키도 쪼끄만 아이들이 머리는 노랗고, 눈은 파랗고 살짝 긴장한 듯 웃고 있는 입꼬리가 미세하게 떨리는데 그 모습이 매우 아름다웠다. 기대를 잔뜩 하고 그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는데, 나의 교양 부족을 탓이겠지, 나의 소양 부족 탓이겠지... 으이그 이연주... 너무 졸려서 잠이 자꾸 오는 걸 뿌리치느라 혼났다 내 돈으로 산 티켓인데 내 두 달치 용돈을 모으고 모아서 산 티켓인데... 엉엉 감동의 눈물이 아니라 졸려서 자꾸만 눈에서 눈물이 날 줄 누가 알았는가. 마지막에 불러주었던 아리랑과 만화영화 메들리만 계속 불러줬으면 내가 이렇게 안 졸릴 텐데... 주현미 콘서트는 어땠냐고? 두 번째 불렀던 잠깐만~ 잠깐만~ 이 노래를 제외하고는 돈을 더 내도 좋으니 자리를 박차고 나오고 싶었다. 옆에 앉아있는 엄마를 봐서 앉아있어 줬다 정말. 얼굴도 너무 곱고 노래도 잘하는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입담이 없을까. 그러면 백댄서나 사회자라도 써서 우리 눈과 귀를 좀 즐겁게 해 주지... 주현미에 대한 아무런 감정도 없지만 그 당시에는 혼자 머릿속으로 엄청 주현미에게 화를 냈다. 열림음악회는 그래도 기억나는 장면은 하나도 없지만 가장 즐거웠던 것 같다.
나의 음악에 대한 갈증을 풀어줄 것만 같은 '오스트리아 비엔나'
나의 공연에 대한 동경은 나의 플루트 연주에서 시작된 것 같다. 나는 플루트로 음악대학에 정말 가고 싶었는데, 나는 플루트에 그만한 재능이 있지 않았다. 그래서 자기만족이랄까 대리만족이랄까 공연장에서 그런 음악을 하는 사람을 보느 게 너무 좋았다. 그래서 대학 입학 후 서울에 올라오자마자 제일 먼저 예술의 전당을 찾았다.
표 한 장에 보통 10만 원이 넘는 공연을 내가 마음 놓고 보긴 어려우니, 솔직히 일 년에 한 번 보기도 매우 힘드니, 나는 거기서 대학생 알바를 하기로 한 것이다.
음악에 어울리는 나의 우아한 외모와 에티튜드 덕분에 나는 서류 심사에 합격을 하였고, 대학생이 된 3월부터 예술의 전당에서도 안내원으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 공연을 볼 수 있었던 예술의 전당 안내원 시절. 스무 살이라는 나이 자체가 매우 행복하고 신나는 나이이기도 했지만 조수미, 정명화, 구라모토 유키의 피아노 공연은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날 정도로 소름 끼치게 행복한 경험이었다. 정명화의 땀방울을 볼 수 있었던 그 시기, 그녀의 첼로 소리를 들으면서 나를 포함한 얼마나 많은 청중이 눈물을 흘렸는지, 연주가 끝나고도 그칠 줄 몰랐던 박수소리. 유키 구라모토의 짧고 유쾌한 농담과 앙코르 공연을 수도 없이 볼 수 있었던 그 시기, 유키 구라모토가 생일 축하 노래를 아주 장난스럽게 연주하던 소리는 아직도 귀가 기억하고 있다. 할아버지가 그렇게 해맑은 표정으로 해맑은 피아노 소리를 내는 게 눈부시도록 아름다웠다.
정명훈이 연주하던 교향곡들은 지식 부족으로 자세히 설명할 수 없지만 황홀해서 황홀해서 청중들이 공연 중에 녹음을 하거나 사진을 찍으면 주의를 주는 게 내 역할이었는데, 그 역할을 하나도 수행하지 못하고 그냥 푹 빠져서 바이올린 소리, 지휘하는 모습, 피아노 치는 사람의 눈빛을 하나하나 세심히 관찰했었다. 정명훈이 지휘봉을 흔들 때마다 블랙 앤 화이트가 묘하게 멋들어지게 섞여있는 그의 곱실거리는 약간 긴 머리칼이 위아래로 가끔은 옆으로 들썩이는 모습이 있는데 그게 너무 멋있어서 나중에 저런 머리 스타일을 가진 남자랑 데이트하고 싶다는 상상을 하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지금 남편 머리가 정명훈하고 많이 비슷하네 하하하 무의식 중에 정명훈 머리 모습을 가진 남자를 찾았던 것인가.
그렇게 교향악 소리에 푹 빠지는 경험을 했으면서도, 나의 클래식에 대한 소양은 하나도 깊어지지 않았다. 책도 사서 여러 권 읽어보고, CD도 그 비싼 CD도 수십 개를 사서 들었지만 좀처럼 머릿속에 들어오지를 않았다. 그래서 다시 용기를 내서 클래식의 세계로 들어가 보려 한다. 너희 덕분에 다시 용개를 낼 수 있었다. 너네가 없으면 그냥 평생 이렇게 겉핥기로 즐기는 삶을 살려했겠지. 또 다른 실패가 두려우니까 실패에 실패를 한 나는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고 다시 도전하지 않으려 했겠지.
계획표도 짜 보았다. 제일 다가가기 쉬운 것부터 시작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우리의 인공지능 스피커 크로버한테 하나씩 들려달라고 하고 다 같이 감상하는 일부터 해보자.
1. 비발디 사계 중 가을 - 이제 완연한 가을이니까. 그럼 애들이 겨울도 있어요? 하겠지? 아마도? 그럼 애들 핑계로 사계절 다 들어보는 거지. 비발디의 풀네임만 알고 있어도 사람들이 오~할 거야. 내주면에 비발디 풀네임 아는 사람이 없더라. 유유상종이라고. 안토니오 비발디 야 이탈리아 살마인데 머리색이 빨개서 ‘빨간 머리 신부’라고 별명을 붙여주었대. 그리고 유명한 작곡가들 사진을 보여주면서 누가 비발디인지 맞춰보라고 해야지.
2. 교향곡 제5번 c단조(운명교향곡) - 아이들에게 내가 가장 많이 들려준 교향곡이라 조금은 기억하고 있을 게다. 이 곡이 베토벤이 청력을 잃었을 때 쓴 곡이라는 걸 알면 아이들은 눈이 휘둥그레지겠지? 신이 내려주신 베토벤의 능력이겠지. 우리도 무언가 신이 내린 선물이 하나씩 있을 텐데 언젠가 그 선물이 뭔지 알게 되겠지 열심히 살아보자고. 그리고 아이들에게 그가 수많은 곡을 작곡한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생가에 대한 환상도 심어주어야지. 나 거기 가고 싶은데 여태껏 못 가봤거든 너네가 가자 그럼 못이기는척 갈게. 아 그리고 운명 교향곡이라는 이름은 제일 첫 부분 ‘다다다다~’는 무슨 의미냐고 묻는 질문에 베토벤이 “운명은 이처럼 문을 두드린다”라고 답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야. 어때 점점 그의 집이 궁금해지지? 빈에 가자. 가자고 해! 막 졸라죠 가자고!
오스트리아 빈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뽑혔다니까 정말이야!
3. 결혼행진곡_유명한 결혼행진곡 이 두곡이 있다. 하나는 멘델스존 - 한여름 밤의 꿈 '결혼행진곡‘이고 또 하나는 좀 더 조용하고 우아한 느낌의 리하르트 바그너의 오페라《로엔그린》의 삽입곡 중 하나이다. 너희는 결혼을 하면 두 개 중에 어떤 노래를 들으면서 입장하고 싶은지 물어봐야지. 너희들이 고 조그맣고 촉촉한 입으로 멘델스존과 바그너 중 누구를 택할지 정말 궁금하다. 내 생각에 우아함을 추구하는 채윤이는 바그너, 화려한 걸 좋아하는 지성이는 멘델스존을 택할 것 같은데 내 생각이 맞을지 어떨지 보는 재미도 있겠다. 아! 그리고 엄마 결혼행진곡 연주로 과거에 30만 원이나 벌었다. 친구 콩쿠르 피아노 반주로도 20만 원 번 적이 있고, 그러니까 피아노 잘 치는 게 돈으로도 연결이 된단다. 이건 돈에 관심 많은 지성이를 위한 정보다.
4. 라흐마니노프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모음곡 중 No.1 Op.5 회화적 환상곡
이거는 내가 10년 전쯤 직접 연주하는 것을 음악당에서 듣고 기절할 뻔했던 곡이다. 그때도 지금도 이 곡에 대해서 전혀 모르지만 감동이 멈추질 않고 계속 듣게 되는 곡이다. 너희는 이걸 듣고 어떻게 표현해 줄지 궁금하다. 이것만큼은 음성이 아닌 영상으로 함께 볼 계획이다. 보는 맛이 쏠쏠하달까 나에게는 피아노 두 대가 다른 듯 하나가 되어 소리가 나는 게 너무 신기했거든. 너희가 피아노에 푹 빠져서 나에게 음악 이야기를 해주고, 연주를 들려주는 행복한 상상도 해본다.
그리고 음악을 들으면서 떠오르는 장면에 대해서 우리 이야기도 해 보고 , 그림으로 표현도 해보자. 그림을 좋아하는 딸이 클래식을 듣고 어떤 그림을 그릴지, 감성적이고 예리한 아들은 또 곡을 어떻게 해석하려나 듣고 싶어 죽겠다. 이렇게 어렵고 혼자 하기 어려운 것도 너네랑 함께한다 생각하면 참 신난다니까. 나는 그 곡을 만든 사람의 이야기를 조사해서 들려줄 거다.
가르치는 게 제일 빨리 많이 배운다는 명쾌한 진리에 따라 내가 공부해서 너희를 가르치려고 하하하.
남들이 보기엔 엄마가 음악교육에 참 열성적이다 하겠지?
내 속마음은 ‘제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척하면서 좀 교양을 쌓아보려는 겁니다. 하하하.
오늘도 입만 다물면 난 참 좋은 엄마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