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꿈을 갖게 해 주어서 고마워.
어떻게 그렇게 하고 싶은 게 많아요?
인생에서 누구에게나 가장 큰 과제는 ‘꿈 찾기’ 좀 더 쉽고 일상적인 단어로 말하면 ‘하고 싶은 일
찾기’ 일 것이다. 자고 일어나서 밥 먹고 청소하고, 자는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 ‘하고 싶은 일’을 찾고
그것을 추구하는 일은 매우 행복한 일이고 보람찬 일이기 때문이겠지.
나에게도 꿈이 있었을까. 나는 어렸을 때 누가 물어보면 당당히 ‘아나운서’라고 했었다. 지금은 아니지만 어렸을 적 나는 똑똑하다는 소리를 조금 들었고 내가 꿈이 아나운서라고 하면 어른들이 매우 좋아헀었기 때문에 진실된 꿈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아나운서가 꿈이라고 참 오래도록 말하고 다녔다. 고등학생이 되어서 학생기록부에 입력되는 장래희망을 적기 시작하면서부터 나의 꿈은 더 이상 아나운서가 아니었다. 나의 외모가 그리고 나의 구강구조가 아나운서를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슬프게도 한편 다행히도 일찍이 깨달아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의 새로운 꿈은? 애석하게도 없었다. 의사? 약사? 작곡가? 같은 온갖 좋아 보이는 직업 혹은 돈을 잘 벌거나 자유로워 보이는 직업들은 한 번씩 다 탐했다. 이 직업들이 내 생활기록부에 한 번씩 돌아가면서
적혀있는 걸 보면 나는 진짜 꿈을 꾸어본 적이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냥 공부 잘하는 게 수능에서 좋은 점수받는 게 목표였던 것 같다. 한 번은 명문대에 수시 원서를 내고 면접을 보는 데 면접관이 나에게 물었다.
“여기 성적표에는 꿈이 작곡가라고 쓰여있는데, 우리 과에는 어떻게 지원하신 거죠?”
그곳은 그 대학에서 점수가 가장 낮은 (아니 경쟁률이 가장 낮다고 말하는 게 더 옳은 표현일 것 같다)
복지학과였다. 그래서 나는 그냥 그 대학에 가고 싶은 생각에 나의 꿈과 상관없는 복지학과를 지원했다. 그런데 생활기록부에 아무 생각 없이 적힌 장래희망이 나의 입학을 막아버렸다. 나는 그 면접관의 질문에 어버버버
답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복지사로 일하면서 작곡으로 좋은 노래를 만들어서 어려운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어요.”
라는 말도 안 되는 짬뽕 같은 소리를 했던 것 같다. 아… 그렇게 그 대학의 문은 닫혀버렸다.. 자꾸 바뀌는 나의 꿈 때문에, 제대로 된 꿈을 갖지 못했다는 이유로..
그런 나에게… 너희는 새로운 그리고 구체적인 그리고 매우 열정적인 꿈을 심어주었다. 서른
여섯이 넘은 이 나이에 많은 꿈을 가지게 된 내가 기특하고 신기할 따름이다. 그리고 너희에게 무한
감사하다. 꿈에 지쳐버린 나에게 진짜 꿈을 갖게 해 주어서. 나는 너희가 많은 걸 경험하고 많이 웃으면 좋을 거란 생각에 열심히 함께 놀고, 활동했을 뿐인데 구체적이고 아주 즐거운 생각만 해도 행복한 꿈을 가진 자가 되었다.
첫째 지성이 이야기
손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지성이를 위해서 네가 두 살 때부터 요리를 정말 무진장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크게 취미가 없는 요리. 그런 요리를 널 위해서 얼마나 많이 했는지. 그 사실만 보아도 내가 너를 무진장 사랑한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런데 요리에는 도무지 취미가 붙지 않아서 놀이 영역을 바꿔보았다. 비누
만들기. Melt & Pour라고 MP라고 부르는 비누인데 이 비누 덩어리를 녹인 후에 원하는 성분과 향을 넣고 좋아하는 모양의 틀에 넣어서 식히면 되는 아주 간단하면서도 즐거운 비누를 같이 만들었다. 처음 해본 날부터 엄청났던 너의 반응! 그래서 매일매일 만들었다.
비누와 동일한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것들은 다 만들어 보았다. 석고 방향제, 양초까지. 그러나 그중에 제일은 비누여서 비누를 정말 자주 만들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내가 너무 큰 재미를 느꼈다. 그래서 너희가 잠들면 다시 부엌으로 가서 비누 재료를 주춤 주춤 꺼내서 마음속에 그리고 있던 디자인의 비누를 만들었다. 매일매일 그렇게 100일 넘게 비누를 매일 만들었다. 그러다가 MP 비누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CP 비누를 또 100일 넘게 매일 만들었다. 재료비가 만만치 않음에도 매일 재료를 사고 매일 비누를 만들었다. 100일은 곰도 사람으로 만드는 기간인데, 나는 무료 200일을 하루도 쉬지 않고 비누를 만들었으니 비누인이 다되었다. 그리고 그 뒤로도 지금까지도 나의 비누사랑은 계속되고 있다. 꺼지지 않는 불꼿이 바로 이런 건가 보다. 내 마음속 비누 사랑, 비누를 향한 열정이 식지 않고 아직도 끓고 있다. 어제는 새로운 비누 책을 사서 보고 있는데, 비누 사진만 보아도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지성이 덕분에 갖게 된 나의 꿈 하나
첫 번째 꿈은 내가 만든 ‘좋은 비누’로 많은 사람이 깨끗한 피부를 갖는 것이다. 너무 많은 화학제품이
들어가서 트러블이 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아기들이 사용하면 얼굴이 발개지거나 붉은 반점이
생기는 제품들을 보았다. 그래서 어린이 특히 영유아를 타깃으로 하는 고가의 제품이 많이 나온다.
나의 시작이 이거였다. 너희에게 좋은 순한 제품을 사용하고 싶어서 비누, 샴푸 등을 찾다가 너무 비싼 금액에 그 금액이면 내가 한 번 만들어 보자며 시작된, 비누, 샴푸 제작. 어제도 너네 재우고 한통 만들었다. 실력을 좀 더 키우면 나중에 사업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채윤이 이야기
채윤이를 키우면서 나의 즐거움은 10배가 되었다. 채윤이 덕에 그림 그리기의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그림을 그리려면 사물을 유심히 관찰해야 하는데, 덕분에 당연시하던 나의 물건을 더 열심히 보게 되었고, 나무, 풀, 꽃 등 자연도 더 애정을 가지고 바라보게 되었다. 역시 오래 보아야 예쁘다는 말이 맞다. 관찰하면 할수록 자연은 신비롭고 아름답다. 채윤이와는 어딜 가도 종이와 펜만 가지고 가면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 어린 꼬맹이와는 단둘이 카페에 가는 게 너무나 즐겁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채윤이와는 행복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너무 좋다. 시간을 이렇게 유쾌하고 생산적으로 보낼 수 있다니. 난 왜 그동안 그림 그리기를 모르고 살아왔을까.
채윤이 덕분에 갖게 된 꿈 둘.
채윤이와 내가 매일 그림을 그리다 보니, 스케치북 소비가 엄청나다. 그런데 스케치북이 생각보다 예쁘지 않고 가격이 높다. 그래서 여기에 또 나의 꿈이 생겼다. 나는 아이가 마음껏 쓸 수 있는 예쁘고 양이 많은 휴대하기 좋은 스케치북을 만들고 싶다. 한 장 쓰고 버리는 게 아까워서 “남는 공간에 그림 더 그리고 버려.”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아이는 한 장의 종이에 담고 싶은 그림이 정해져 있는데 내가 돈이 아까워서 빈 공간도 그림인 걸 그 공간을 내 생각으로 채워 넣으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여백의 미를 아는 아이의 생각을 존중해 주고 싶다.
지금 스케치북 생산업체 중에서 가장 낮은 가격에 가장 예쁜 디자인을 가진, 미술가 전문이 아닌 채윤이와 같은 어린이를 위한 실용적인 스케치북을 제작하기 위해 공급업체를 찾고 있는 중이다. 종이는 분명 비싸지 않은데 스케치북은 가격이 있다. 그 간극을 내가 매울 수 있기를 바라며, 채윤이처럼 많은 사람이 그림 그리는 기쁨을 누리기를 바라며 두 번째 꿈도 이루어 나가기를 소망한다. 많은 아이들이 스마트폰 소비자가 아닌 그림 생산자가 되기를 꿈꾼다. 내가 아이들을 스마트폰으로부터 해방시키는 데 한몫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다.
지성이 채윤이 덕분에 갖게 된 꿈 셋.
나는 원래 스피치, 영어, 취업 관련 강의를 해오던 강사였다. 하지만 평생 가져가기에 항상 무언가 아쉬웠다. 나만의 영역을 찾고 있었는데 너희 덕분에 찾은 것 같다. 바로 너희와 함께 하는 이 즐거움을 모두에게 전파하는 것.
많은 사람들에게 글과 말로 육아의 행복감을 전파하는 것이다. 이렇게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이 행복하고 유익한데, 나를 이렇게 성장시켜 주는 데 없던 꿈도 꾸게 만들어 주는 데,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인생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아이까지 챙길 정신적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아이를 키울 돈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아이를 낳지 않는다. 그런 이들에게 인생에서 맛보지 못했던 지금 내가 너희와 함께 누리는 이 행복감을 알려주고 싶다. 좋은 제품 사면 막 광고하고 싶은 것처럼 아이 낳고 키우기라는 이 좋은 일을 널리 널리 알리고 싶다. 그게 글이 되었든, 책이 되었든, 강의가 되었든 ‘너희들과 있는 게 이렇게 좋다’라는 것을 크게 소리쳐 말하고 싶다.
죽을 때까지 꿈을 찾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나도 그렇게 죽을 줄만 알았다. 그런데 너희를 열심히 관찰하고 열심히 놀다 보니 꿈을 하나 둘 가지게 되었다. 많은 엄마 아빠도 아이를 키우면서 갖지 못했던 새로운 꿈을 꾸었으면 좋겠다. 꿈은 온몸을 행복으로 감싸주니까.
회사에 가기 전 20분, 퇴근 후 너희를 데려가기 전 20분씩 역에서 가장 가까운 카페에 앉아, 그 마저도 여의치 않을 때에는 벤치에 앉아 매일 글을 쓴다. 가방에 늘 큰 노트를 넣어가지고 다니면서 글감이 생각날 때마다 앉아서 글을 적는다. 지금 행복을 누리고 있는 지금 써야 글이 진실될 거라 믿기에 행복에 취해 있는 지금 열심히 적는다. 나의 이런 꿈의 원동력이 되어준 너희에게 매일 감사하다.
지성이 채윤이 덕에 갖게 된 꿈 넷.
그리고 마지막 꿈은 이상적인 일과 휴식을 구축하는 것이다. 바람처럼 떠돌아다니며 일하고 여행하고 싶다. 너희가 훌쩍 커버리기 전에 태풍처럼 가열하게 일하면서, 봄바람처럼 살랑살랑 여행을 다니고 싶다.
9시부터 6시까지 일하고 주말에 잠시 일상을 벗어나 여행을 떠나는 스케줄에서 벗어나 바람처럼 살아보고 싶다. 너희와 함께 바람처럼 가볍게 기운 하게 온 세상을 누비고 싶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나는 오늘도 더 많은 꿈을 꾸고, 더 열심히 노력한다.
너희를 열심히 키우는 일이 나를 키우는 일이라는 것. 나를 일으켜 세울 뿐 아니라 나에게 꿈을 갖게 해주는 일이라는 것을 매일 실감한다. 너도 크도 나도 크니 이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느냐. 나는 사실 오늘도 조금은 기대하고 너희를 맞이한다. 오늘 또 새로운 꿈을 가지게 되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늘 감사하고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