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밥을 먹으러 나가는 길이었다. 우리가 좋아하는 오리 고깃집이 차로 30분 정도 거리에 있지만 좀 컸다고 차를 잘 타주는 너희를 믿고 오리 고기 먹으러 길을 떠났다. 글고 니들도 오리고기 엄청 잘 먹잖아! 그 안에 넣어주는 고구마는 내꺼까지 니네가 다 먹을 거잖아! 아이들이 더 아기였을 때 차 타는 것을 힘들어 해서 늘 나는 앞자리 보조석에 앉아서도 아이들을 챙겨주기 위해서 계속 뒤를 돌아보았다. 그래서 차만 타고나면 허리가 아팠다. 그래서 이제는 아이들을 볼 때 거울을 이용해서 허리만 조금 펴서 본다. 그런데 이게 거울로 아이들을 보는 재미가 아주 쏠쏠해졌다. 아기 때에는 찡얼 거리기만 했었는데 이제는 창 밖 풍경을 즐기기도 하고, 신기한 장면이 나오면 공유도 하고 손에 들고 온 책이나 장난감, 좋아하는 인형으로 혼자 놀기도 하고, 수수께끼나 끝말잇기 같이 입으로도 놀 줄 아는 아이들이 되었다.
그런데 이날은 떠들썩해야 할 뒷좌석이 이상하게 조용했다. 그래서 또 거울로 아이들이 잘 있나 살펴보았는데 하하하 너무 재미있는 장면이 펼쳐졌다. 지성이가 손가락으로 허공에 글씨를 쓰고 채윤이가 그걸 읽으면서 둘이 빵 터졌는데 무언가 비밀이 있는지 웃겨 죽겠다는 얼굴 표정에 반해 무소음으로 웃어댔다. '나 욕한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잠시 스쳐지나갔지만 하하하 애써 외면하고 나는 왜 웃긴지도 모르면서 웃음보가 터졌지만 아이들의 즐거운 놀이를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무소음으로 웃었다. 이거 웬만한 유튜브 채널보다 재미있다 정말. 그리고 이 채널은 오로지 나만 라이브로 볼 수 있으니 얼마나 근사한 일인가. 다른 사람은 보고 싶어도 억만금을 주고도 사 볼 수 없는 영상이다. 하하하하
청담동 빌딩을 사들인 여섯살 유튜브, 보람튜브 조금 마음 속으로는 매우 많이 부럽지만, 너희들이 나에게 보여주는 나만 볼 수 있는 그 컨텐츠들이 부러움 이상으로 나를 행복하게 한다. 목욕탕에서 둘이 하는 음식점놀이, 머리에 서로 거품으로 뿔 만들면서 도깨비 놀이, 비행기를 누가 크게 만드나 시합하다 갑자기 누구 비행기가 더 멀리 나가나로 바꾸는 놀이, 누가 엉덩이 쭉 빼낸 자세에서 더 빨리 방귀를 꿀 수 있는지 (승자는 엄마였다는 아주 기가막힌 진실) 도미노 나무토막으로 누가 더 탑을 높이 높이 쌓나시합하기, 누가 아빠한테 똥꼬침 더 세게 하는지,누가 수건 더 빨리 갤 수 있는지 시합하기 등너희가 매일 나에게 보여주는 무궁무진한 컨텐츠는 정말 기대이상으로 늘 흥미롭다.
차에서도, 집에서도, 물가에서도 공간이 어디든 상관없이 재미있는 컨텐츠로 나를 빵빵 터지게 해줘서 너무 고마워. 오늘도 나의 전용채널로 아침부터 재미있었던 거 하나만 이야기 해볼까? 아침에 유치원 데려다 주려고 차를 타고 갔는데, 서로 가운데 안겠다고 싸우는 거 하하하 나는 니들이 싸워도 재미있더라. 싸우다가 안되니까 가위바위보도 하고, 그것도 인정이 안되니까 3분씩 번갈아가며 앉자고 이야기 하고, 그런데 채윤이가 3분이 뭔지 몰라서 안지키니까 지성이가 짜증이 났고 채윤이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한지 몰라 억울해서 눈물을 뚝뚝 흘렸지. 편집없는 리얼 생방송.
나는 있잖아 니들이 이렇게 싸우는 컨텐츠 증말 재미있다. 싸움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유치원 도착했잖아. 이런 재미난 결말이라니. 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