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우아하고 예의 바른 사람으로 만들어준 너희들

아이가 스승이다

by 선샤인 연주리

누구나 그렇듯이 나도 어려서부터 인사를 잘해야 한다는 말을 백만 번 듣고 자랐다.


하지만 서른여섯인 나는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밖에 누가 오는 발소리가 날라치면 엘리베이터 문을 얼른 닫아서 아무도 안 만나고 나 혼자 타고 싶다는 생각에 닫힘 버튼을 막 누르던 나쁜 사람이었다.

모르는 사람과 혹은 안 친한 사람과 얼굴을 마주하고 좁은 공간에서 만나서 억지로 웃으면서
"안녕하세요"
인사하는 게 귀찮고 싫었던 것 같다.

그래서 사람 발자국 소리만 들리면 닫힘 버튼에 바로 손이 갔는데, 이는 매우 곤란한 상황을 생각보다 자주 연출하곤 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나는 사람 소리를 듣고 잽싸게 체력검사 결과 특급이 연달아 두 번이나 나왔을 만큼 민첩한 내 특기를 살려 닫힘 버튼을 눌렀는데, 엘리베이터 밖의 사람이 나의 손이 버튼을 누르는 속도보다 더 빠른 속도로 바깥에 있는 열림 버튼을 눌러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거다. 나 특급인데 그럼 당신은 국가대표선수인가?


아.. 그때의 민망함이란, 느린 내 손을 탓하기엔 이미 늦었고...
그러면 마치 내가 열림 버튼을 눌러서 열린 거 마냥 멋쩍게 웃으면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지. 근데 이게 가끔은 아는 얼굴일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민망함이 거의 열 배 증가한다. 아주 머쓱해져서는 ''안녕하세요''인사하고 엘리베이터가 빨리 나를 집으로 데려가 주기를 기도하지.

그런데 너희가 태어나고 나서부터 나는 착하고 친절한 멋진 사람이 되었다.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누가 오는 것 같으면 먼저 열림 버튼을 누르고 기다린다. 이게 진짜 나란 말인가? 그리고 버튼을 누른 사람이 안에 들어오면 친절하고 밝게 웃으며 인사한다. 심지어 유모차를 밀고 있으면 도와주고, 짐이 많으면 들어준다.
"안녕하세요!"
라고 내가 먼저 너네의 모범이 되어 인사하면 상대방은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인사를 하지. 그러면 나는 그게 뭐라고 기분이 좋아져서는
"아하하하하 네!"
하고 진심으로 행복해하며 웃는다.

억지로 웃지 않고 진심으로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에 기뻐서 웃는다.
우리 엄마가 그렇게 이웃에게 인사하라고 배려하라고 가리켰건만 실천이 잘 안 되었는데,
너희가 태어나고 서부터는 너희가 내 곁에 있으면 나는 자연스럽게 친절하고 우아한 사람이 된다.
너희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무지막지하게 큰가 보다. 회사에서 상사에게 이랬음 나는 진작에 임원을 달았을게다. 회사에서 부장님께는 그렇게 뻣뻣하던 내가 너희 앞에서만은 멋지고 친절하고 예의 바른 사람이 되고 싶은가 보다.

하하 고맙다.
너희 덕분에 인사하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고, 다른 사람에게 조금은 친절을 베풀 줄 아는 사람이 된 것 같다. 다시 예전 상사나 부장님을 만나면 훨씬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너희 덕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