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 때는 일 킬로만 쪄도 너무 짜증이 나고, 나 자신이 미워지기도 했다. 그까짓 일 킬로가 모라고 화가 나기까지 했는지 모른다. 데이트를 하면서는 더더욱 그러했다. 다른 글에서 용기 내어 쓴 것처럼 남편은 나와 몸무게가 비등비등하기 때문에 조금만 살이 쪄도 남편과 있으면 내가 너무 커 보였다. 그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싫어서 얼마나 발악을 했는지, 그냥 편안하게 사실을 받아들이면 될 걸, 그러하지 못하고 조금만 배가 나와도 저녁을 굶거나 아무도 없어서 무시무시한 집 앞 학교 운동장을 계속 돌았다. 가끔 운동하러 나온 남자가 있으면 더 무서웠던 학교 운동장을 무슨 용기로 들어갔는지 모르겠다. 무서운 것보다 살찌는 게 더 싫었던 마음이었겠지. 지금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나 자신의 마음이다. 하하하
지금은 너희는 내가 통통해도 괜찮은 꽤나 그럴싸한 이유를 제공해 준다. 예전에는 날씬함이 필요했다. 회사 동료들이 다 날씬했고, 아가씨가 통통한 것은 자기 관리가 잘 안된 것이니까. 20대 때에 가장 중요한 것은 일과 연애이니까. 그런데 지금 아이를 키우는 데 엄마가 살이 좀 찌면 어떠하리. 엄마는 자고로 먹고 힘내서 아이들을 잘 보살피고, 함께 즐겁게 놀아야 하는 그런 존재이니까. 밥 안 먹고 힘들어서 비실비실 대면 아이들과 어떻게 있는단 말인가! 그럴 바에 좀 잘 먹고 아이와 잘 노는 게 백번 낫지 암 그렇고 말고. 그래서 나는 어제도 아이들과 함께 감자튀김을 먹고, 밥을 먹고 과일도 잔뜩 먹었다지.
너희 앞에서는 조금 배가 나와도 부끄럽지 않고 오히려 이로 너희들을 웃게 할 수 있다. 남편 앞에서는 배가 조금만 나와도 신경 쓰여서 긴 티를 입거나 허리 고무줄이 큰 바지로 갈아입었다. 얼굴살은 감출 수 없어도 뱃살은 감출 수 있다는 생각에 배 나온 거 들키기 싫어서... 남편 니는 배가 항상 납작하니까 나의 이런 행동을 이해 못하겠지. 그런데 애들 앞에서는 허리 고무줄 사이로 배가 삐져나와도 개그로 승화시킬 수 있다.
배에 힘을 주었다 뺐다 하는 효과를 더하면 애들은 웃다가 쓰러질 지경이 된다. 아이들은 신체 개그를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지ㅋㅋㅋ고개를 다리 사이로 숙여서 한껏 못생겨진 얼굴로 “안녕” 인사만 해도 웃겨서 까무러치는 걸 내 뱃속 괴물에는 얼마나 빵 터지는 시 아이들 모습을 보기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다. 남편. 이제 와서 하는 이야기인데 남편이 나처럼 배가 안 나와서 나만큼 애들한테 사랑 못 받는 거야. 사랑받고 싶으면 배 좀 두둑하게 해 보라고.
편한 바지에 슬리퍼 신은 엄마와 실컷 노는 니들
팔뚝에 살이 쪄서 옷이 좀 끼면 어떠하리. 그 옷 이번 연도 봄에 회사에 입고 갔다가 일할 때 팔을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어서 아직도 회사 옷장 안에 있다. 그게 올봄에 입었던 건데 요즘 환절기로 추울 때 같은 부서 날씬쟁이들이 돌아가며 두루두루 잘 입었다. 다 쓸모가 있더라고. 그리고 지성이 너는 내가 팔베개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하다가 요즘 들어 잘 때가 되면 나보고 그렇게 팔을 달라고 하더라. 내 팔베개가 괜히 편한 게 아니야 너희 덕분에 통통해져서 푹신푹신한 거야.
허벅지에 살이 좀 있으면 어때, 오히려 너희한테는 좋지. 나는 평소 하체비만이라서 다리 살이 좀 빠지면 기다렸다는 듯이 딱 달라붙는 청바지를 입거나, 옷장에 살 빠지면 입으려고 고이 모셔두었던 예쁜 치마를 꺼내 입는다. 멋을 낸 날은 너네랑 놀 때 내가 얌전을 떨면서 이렇게 말한다.
"엄마는 치마 입어서 레스토랑 놀이 못해 미안해. 엄마는 청바지 입어서 불편해서 쭈그려 앉을 수가 없어."
청바지에 흙 묻는 것도 싫어서 멀찌감치 떨어져 앉아있고 말이야. 치마 입은 날은 아예 저 멀리 벤치에 가서 앉아있지. 쪼그려 앉으면 속옷이 보여서 창피하니까. 그러니까 너희 입장에서 엄마가 좀 통통해서 멋 안 내고 펑퍼짐한 바지 입고 같이 노는 게 훨씬 즐거울 테지? 그렇지? 그러니까 내가 다 너희를 생각해서 허벅지 지들끼리 붙게 내버려 두는 거야. 그래야 너네가 더 하하하하 신나게 웃을 테니까. 엄마 허벅지끼리 안 친해서 사이가 멀어지면 너희랑 재미있게 못 논다고. 그러니까 허벅지에 살이 좀 있는 편이 좋은 게지!
발에 살이 쪄서 자꾸 슬리퍼를 신는 내가 어때서
구두에 집착하는 내가 구두 신고 나가면 너네랑 달리기 시합을 못한다. 구두 굽도 닳을 테고, 내 발도 아프니까. 지성이 네가 좋아하는 킥보드 달리기, 너는 바퀴 달린 킥보드로 막 달리고 나는 맨몸으로 뛰는 그 시합 말이야. 그거를 못한다고. 그러니까 내가 발에 살이 좀 쪄서 슬리퍼 신고 다니는 게 네가 좋지. 슬리퍼 벗겨질까 봐 빨리 달리지는 못하면서 맘 편하게 달리기에는 임할 수 있으니까. 내가 슬리퍼 신고 달려야 네가 이긴다, 아니면 엄마 달리기 엄청 빨라서 네가 못 이겨. 그리고 내가 슬리퍼 신으면 물웅덩이에도 막 들어가잖아. 재밌다면서 너네 들어가기 전에 막 달려가서 물웅덩이 찜뽕하고 놀잖아.
이렇게 글로 쓰니까 정말 내가 통통해진 건 너희의 행복을 위해서였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