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 사진 보여줄게."
라만치 할머니가 장롱문을 열어 사진을 꺼낸다. 사진관에서 받은 봉투에 그저 들어있는 사진 뭉치를 한 장 한 장 보여준다. 아기 사진 자랑하듯 조금 신나 보였다.
"우리 딸이 삼 년 전에 죽었어"
할머니가 보여준 딸 사진은 유골함 사진이었다. 거기에는 화려한 꽃 화환과 도자기로 만든 유골함뿐이었다. 유골함에는 한나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같은 유골함을 각도만 다르게 해서 많이도 찍었다.
라만치 할머니는 거의 백 살이 다 되었다. 백 살이 되었다 해도 수술한 무릎이 아픈 것 말고는 무척 건강하다. 저녁에 잠시 들러 압박 스타킹을 벗겨주는 것 외에는 따로 도울 일이 없다. 3년 전이라고 하니 할머니 딸도 할머니였을 것이다. 라만치 할머니는 100년을 살면서 시아버지, 시어머니, 남편의 죽음을 겪고, 딸의 죽음까지 견뎌야 했다. 사위는 치매라고 했다. 딸이 죽어서 많이 울었냐고 물었다. 그러니 할머니 눈에 금세 눈물이 떨어진다. 잠깐 우시고는 다시 밝게 와플을 나눠주신다. 장롱에 손주가 매주 사 오는 와플이 쌓여있다. 고맙다고 하면서 억지로 급히 인사를 하고 나왔다. 오랜 인생만큼 끊이지 않는 이야기는 다음에 다시 듣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