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늘의안녕 Jan 21. 2024

여행지에서 본 우리모습

새로운 엄마, 그리고 우리들


   엄마의 모습, 내게 그것은 내가 고향집을 떠나던 그때의 모습으로 기억된다. 이상하게도, 나도 늙었고 엄마는 더 늙었지만... 50대의 모습이 내가 떠올리는 엄마의 모습이다.

 지금의 엄마의 모습은 그래서인지 내게 낯설다. 이전보다 다른 사람들의 눈을 덜 의식하고, 자꾸 물건을 잃어버리거나 글을 잘못 읽고 길을 잘못들며 이게 맞다고 우기는 실수를 자주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인정하지 않았다. '엄마, 왜그러냐고. 정신차리고 다니라고...'면박을 주기도 했다. 그렇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 일흔에 다가가는 그녀가 늙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조금씩 그녀의 육체가 사그러들 듯이 정신도 시들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그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어쩌면 그녀의 그런실수들을 더욱더 멸시하듯 바라보았는지도 모른다.

 나는 왜 그녀를, 나를,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할까.

 생각해보니 엄마와 2박3일을 붙어있던 적이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대학교때 고향집을 떠나고, 서울로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고... 명절때 가끔 가족들과 다 같이 보는 엄마, 늘 가족들의 식사를 챙기고 한 두시간 대화하던 엄마는, 늘 그럴 줄 알았다. 나를 챙겨주고 걱정하고 힘든일도 끄떡없고... 그렇게 믿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받아들여야한다. 언제나 자신보다 자식들을 먼저 배려하던 그녀의 조금은 이기적이되고 불평을 표출할만큼 스스럼없어진 모습을.  그게 내가 지금 해야만 하는 일이라는 것을 받아들여야한다.


 '미안해 엄마. 앞으로 더 잘할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엄마를 보듬어주고 지지해 줄게. 엄마가 늘 그랬듯이.'

  그녀와의 시간이 점점 줄어든다는 사실을 인정할수록, 슬프지만 비로소 있는 그대로의 그녀를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여행의 가장큰 수확이 아닐까 싶다. 늘 안다고 착각 했던 존재를 알아가는 일. 미안해, 사랑해. 내가 더 잘할게요.

이전 07화 꽝시폭포, 그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찾아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