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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안녕 Sep 21. 2023

꽝시폭포, 그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찾아서



 
햇빛이 내리쬐는 날, 산을 바라보는 것은 몹시 신비한 경험이다. 볕이 스포트라이트를 비추어 눈이 부시도록 푸른 부분, 그리고 반대로 구름이 그림자를 드리우는 진한 청 녹색 부분, 이 둘의 대비는 너무나 드라마틱해서 마치 3D 영화관에서 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입체 영상과 같다.
우리는 끝없이 펼쳐진 3d영화 속으로 들어가 달리는 뚝뚝이를 타고 라오스의 대표관광지 꽝시폭포를 향하고 있다.
계단식으로 층층이 이루어져 있는 에메랄드 빛 폭포, 나뭇가지 사이로 드리운 볕은 빛을 반사해 눈부시게 빛난다. 단연 라오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명소로 꼽힐 만한 곳이다.
  저번 방문 때도 왔었지만, 다른 여행인 코끼리 투어와 묶어서 오느라 한 시간 남짓한 시간밖에 구경하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처럼 신비스러운 에메랄드 빛 물에서 물장구도 치고, 구불구불한 나무 둥치에 앉아 시원한 맥주도 한 잔 마시고 싶었는데…
아쉬움은 뒤로하고 에 쫓겨 그야말로 몸 한번 담그고 인증 샷 한번 찍고,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이번엔 기어이 그 모든 것을 즐기고 오겠노라, 나름의 거금을 써서 뚝뚝이도 반나절 대여해 찾아가는 길이다. 꽝시폭포를 200프로 즐기고 오겠노라고.
산 비탈을 이용해 계단식으로 밭을 만들어 놓은 마냥, 꽝시폭포의 물은 층층이 내려온다. 마치 솜씨좋은 건축가가 인공 정원을 만들어 놓은 듯하다. 게다가 물은 진한 옥색이어서 얕은 수심에도 안이 잘 보이지 않는다. 일부러 물감을 풀어 놓은듯  동화 님프가 노닐 듯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풍경에 넋을 놓고 있다 수영복까지 제대로 갈아입고 자리를 잡고 앉았다.
구불구불한 가지 들 중 곧게 잘 뻗은 나무위에서 다이빙하는 관광객들이 보인다. 물끄러미 바라보며 외국인들은 다이빙을 참 좋아하는 구나, 생각한다. 블루라군꽝시폭포, 어딜 가도 서양에서 온 관광객들은 높은 나무위로 올라간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수록 구경꾼들은 환호하고 환호성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그는 보란 듯이 뛰어내린다. 수심이 보이지 않는 푸른 물속으로...
그런 광경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선사한다. 내가 뛰어들지도 않았는데도 그 아찔함과 물이 튀어 오르는 청량감을 대신 맛볼 수 있다.
수영을 못하는 우리는 그 광경을 바라보며 한 편에 자리 잡고 앉았다.
 







폭포를 찾아가는 길, 두번째로 가는 길은 툭툭(오토바이 뒤에 좌석이 달린 이동수단)이용했다. 더위와 흙먼지와 싸워야 하지만 차로는 느끼지 못하는 풍경을 고스란히 눈에 담을 수 있다. 노련한 툭툭기사는 포토 포인트에 세운 후 사진을 찍으라고 권한다.





계단식 지형은 마치 인공 수영장, 혹은 노천 온천 같은 느낌은 준다







   꽝시폭포. '참으로 이국적이고 희한한 이름이다' 물에 흠뻑 젖어 하얀 이를 가지런히 드러내고 물놀이를 하는 아이들, 높은 나뭇가지에서 겁도 없이 다이빙을 하고 있다.  그 옆에는 노란머리 관광객이 그들과 어우러져 함께 다이빙을 시도하고 있고 무섭도록 파란 에메랄드 물 속으로 뛰어드는 찰나. 그 장면을 카메라가 재주좋게 포착했다.

꽝시폭포. 이름만큼이나 이색적인 풍경이었다.
 
몇 년전 당시, 나는 서점에 가면 여행서적, 잡지를 즐겨 뒤적였었다. 특별히 목적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현실적인 것을 벗어버릴 수 있는 미지의 세계를 찾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때 우연히 시선을 빼앗겼던 사진과 장소. 그 곳에 지금 와 있다 는 생각만으로 가슴이 뛰었다.
사진으로만 보았던 장소에 와 있는 경험은 그 어떤 소원을 이룬 것 같은 기분과 함께, 무엇이든 하면 될 것만 같은 이상한 성취감을 가져다준다.
그래, 나는 지금 2년 전에 서울의 한 서점에서 본 책 속의, 그 당시에는 나에게 꿈과 같았던 미지의 세계 속에 들어와 있다.
 
발끝에 무언가 와서 툭툭 부딪힌다.
물고기 녀석들이다. 닥터피쉬 같아 보이지는 않는데 발에 무언가 먹을 것이 있는지 자꾸만 달라붙는다. 둔탁하면서도 간지러운 느낌이 나쁘지 않다.
그렇게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따끔’하는 느낌에 나도 모르게 깜짝 놀란다.
어느새 손가락만한 크기의 녀석이 달라붙었다 재빠르게 도망가는 것이 보인다. 이러다 각질은 둘째 치고 살점까지 빼앗기겠다 싶어 얼른 녀석들을 쫓아 버렸다.
“여기 자세히 보니까, 조금 으스스 한거 같아, 이거 사람까지 먹진 않겠지?”
“아까 저기 나무 위에 뱀이 있는 것 같았는데.?”
이제 그만 갈까? 와서 실컷 물에 몸도 담갔고, 과자에 맥주도 한 잔했으니
그렇게 우리의 벼르고 별렀던 꽝시 여행도 그리 길지 않았다. 2시간 30분이면 끝났으니.
 
그리고 얼마 후 현지에서 사귄 친구의 초대로 꽝시폭포를 한 번 더 가게 되었을 때, 무려 세 번이나 가고 나서야 우리는 깨달았다. 지난 두 번의 폭포는 진짜 꽝시‘폭포’가 아니었다는 것을… 그간 우리가 보고 그 아름다움에 빠졌던 곳은 폭포물이 흘러 계단식 지형을 흘러내리는 계곡이었다. 그 계단식 지형에서 조금 높은 턱에서 흐르는 물을 우린 그동안 폭포라 생각했었다니… 그도 그럴것이 그 턱도 3미터는 되는 높은 곳이어서 물이 폭포수처럼 흘러내렸다.
진정한 폭포는 그 지점에서도 10분가량 더 올라가야했다.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고 본인이 만진 부분만 보고 뱀같이 생겼다. 기둥같이 생겼다고 한다더니 우리가 딱 그 짝이었던 게다.
그럼 어떤가, 우린이미 꽝시폭포의 하체만 보고도 아름다움에 매료 되었으니…
세 번이나 찾아가서야 드디어 얼굴을 보여준 꽝시 씨에게 그래도 고마움을 표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도 건기라 물이 없어 최고의  미모를 다 보여주지 않았다고 하나 아파트 10층은 되어 보이는 물줄기의 길이에 압도되고 쏟아져 내리는 우아한 모습에, 넋을 놓고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아바타의 배경과 같다고 해야할까? 아니면 옛 선조들이 말하던 무릉도원? 그 어떤 수식어로 표현하기 힘든 아름다운 모습이 펼쳐졌다.

   어쩐지 이 지역 친구들은 가장 아름다운 곳을 보여주겠다며  꽝시폭포는 다녀왔냐고 묻곤 했다.
가도 가도 가고 싶은 꽝시폭포, 다음번엔 나도 멋지게 나무위에서 뛰어내릴 수 있을까?







꽝시폭포 들어가는 입구. 여느관광지와 다르지 않게 잡화점과 매표소가 있다.









세번이나 찾아간 끝에 겨우 볼 수 있었던 폭포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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