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치가 춤을 추는 이유

by 마인드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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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얼마 전 부터 우연히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응? 갑자기 춤? 대체 왜?

그래서 춤을 좀 잘 추느냐 묻는다면,


전혀, 전혀!

Not at all

전형적인 몸치다.


사실 전혀 안 췄던 것은 아니다. 남편과 집에서 술 한잔하고 흥이 솟으면 혼자 춤을 추곤 했다. 관객 없는 일명 막춤(남편은 자기 할 일 함) 아이가 생기고 나서는 아이와 춤을 추곤 했다. 아이는 내 최고의 댄스 메이트. 그냥 그게 다였다.


3월 말부터 4월 초 심하게 기분이 안 좋았다. 기복이 심했다. 신체 중 감정을 담당하는 회로가 다 망가진 사람처럼 힘들었다. 가장 가까운 아이와 남편에게 그 직격탄이 날아갔고, 잠깐 제정신이 돌아왔을 때, 미안한 마음에 사과했다가 돌아서면 또 미칠 것 같았다. 내 감정조차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니. 그 사실에 또 화가 났다. 그동안 읽었던 자기 계발서는 마음이 망가진 나에게 아무런,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날 힘들게 했던 어떤 일도 있었고, 1주일 지난 후 내가 호르몬 폭격을 맞았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를 다 떠나서 그렇게 심한 감정적 파도를 넘어온 것은 흔한 경우가 아니었다. 임신했을 때 요동치는 감정을 감당하기 상당히 어려웠던 날이 있었는데 그때와 비슷했다.


자기, 걷기, 명상, 정리, 목욕, 일기 쓰기 등등 여러 가지를 해 보았지만 나를 덮친 감정의 늪에서 쉽사리 빠져나오지 못했다. 나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싶은 심정으로 제정신이 든 짧은 순간에 유튜브와 네이버에 [기분 좋아지는 법]을 검색해 보았다. 걸어라, 써라, 먹어라, 자라, 다양한 방법 중에서 안 해본 것 하나가 눈에 띄었다.

그것이 춤이었다.


유튜브에서 보게 된 [5분 내로 기분 좋아지는 법]이라는 영상에서 보통 사람은 무기력을 겪을 때 '삶의 의미'를 생각하는 반면, 지금 막 일을 해나가며 성공한 사람들이나 닥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에너지를 쓰고 있는 사람들은 '인생이란 무엇일까'와 같은 철학적인 물음에 빠지지 않는다고 한다.

저런 질문 자체에 답이 없기 때문에 하면 할수록 냉소적이고 비관적인 생각만 들기 때문이란다. 부자든 평범한 사람이든 삶 속에서 분투하는 사람들은 일을 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취미활동을 하는 등 단순한 생활을 한다고(물론 때때로 저런 질문을 통해 삶의 영감을 얻기도 한다지만)


사람은 본래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부정적인 생각이 들고, 활발하게 움직일 때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고 하면서, 기분이 엉망일 때, 나아갈 길이 보이지 않거나, 막연히 불안하고 우울할 때, 이유 없이 공허할 때도 그냥 미친 사람처럼 춤을 춰보자고 권하고 있다.


춤? 춤을 추라고? 춤?! 춤!


어색하게 저항하는 힘을 간신히 몰아내며 앉아있는 내 몸을 일으켜보았다.


그렇게 까만 새벽 나의 작은 방에서 혼자 춤을 추기 시작했다. 왜인지 무한도전의 노래들이 떠올랐다. 방안을 왔다 갔다 팔을 들었다 올렸다 허리를 돌리고 엉덩이를 흔들고 신체 어느 한 부위도 가만히 있을 수 없도록 움직여 보려고 했다. 부정적인 감정에서 벗어나고 싶은 내 진심의 크기만큼 오바했다.


'우울의 계곡을 스스로 빠져나오려고 노력하고 있구나, 그래 괜찮아질 거야...'


10분 정도 몸을 흔들었다. 멋있는 춤이 아닌 생존의 춤이었다. 감정은 호르몬의 영향도 받고 상황에 따라 쉽게 변화하고 내 맘대로 되지 않았는데, 춤은 달랐다. 손을 위로 뻗어서 위에서 흔들어도 춤이었고, 삐걱거리지만 허리와 엉덩이를 돌려도 춤이었다. 앞으로 걸었다가 뒤로 걸었다가 (다른 사람들은 스텝이겠지만) 몸이 원하는 데로 움직여줬다.


'이상하다. 이상해. 이런 기분 처음이야.'


처음에는 '야, 이게 뭐야. 너 뭐하냐?!' 싶은 약간의 거북함과 낯섦이 있었고, 그다음에는 아무도 없는데 '누가 보는 거 같아' 주변을 의식하는 내가 느껴졌다. 처음 겪어보는 오묘한 감정선을 지나, 내가 다다른 곳에서는 웃음이 나면서 개운해진 마음에서 뭉클한 것이 솟았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눈물이 났다. 불쾌한 기분과 불안함은 춤으로 내 몸을 빠져나간거 같았다.


'너 진짜로 살아있고 싶구나. 잘 살아보려고 애쓰는 너를,

내가 잘 몰라줬구나. 힘들었지?'


나에게 짠하면서도 애틋하고, 미안한 감정이 눈물과 같이 흘렀다.


솔직히 새로운 취미를 가지기 위해, 신나기 위해, 혹은 릴스를 하려고, 남들 앞에서 보여줄 장기를 위해서 춤을 추기 시작한 것은 아니다.

그렇게 처음 춤을 춘 날 이후 매일 아침 루틴처럼 춤을 추며 하루를 시작했다.

멋은 없었지만, 오늘도 잘 보내자고. 힘내라고. 살아있다고. 내가 나에게 보내는 응원이었다.


삶의 한순간을 지나며 힘들어했던 내가 나를 살려내려고, 어제보다 조금은 나은 하루를 살아보려고 추기 시작했다는 것.


이것이 몸치인 내 춤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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