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욕심 VS 나의 욕심
안녕, 댄스 메이트야!
요즘은 어떤 곡을 배우고 있니? 재미있어? 슬럼프는 아니지?
나는 춤에 대한 의욕이 솟았다가 여러 가지 이유로 곤두박질치곤 해. 만족감이 차올랐다가 금세 텅 비어버리기도 하고. 동작 습득력이 향상된 거 같아 우쭐했다가 나는 안 되는 걸까, 마음이 쉽게 가난해지기도 하더라.
나는 왜 이렇게 기복이 큰 걸까? 멀어도 한참 멀었다는 생각만 들 때가 있어. 넌 어때?
그런 마이너스의 감정을 견디며 지난 월요일과 화요일에 댄스 학원을 다녀왔어. 마음이 괴로우니까 수업 1시간이 하루 같고, 모든 상황이 다 밉게 보이더라. 이런 기분으로 아침을 채우는 게 나에게 도움이 될까? 생각해보니 답은 당연히 "NO!" 그래서 수요일은 쉬기로 결정했다.
오전 9시 무렵 아이 유치원에 보내고, 9시 30분에 시작하는 학원 수업 전의 남는 시간은 공원에서 신문을 읽곤 했는데, 수요일은 공원이 아닌 카페로 향했지.
그리고 수업 시작 20분 전, 선생님께 톡을 드렸어.
쌤~ 저는 오늘 학원을 쉬겠습니다!
보통 결석하게 될 경우, 이러이러해서 못 나간다고 남기는데, '학원을 쉬겠다' 라... 아프다, 일 있다, 어쩌고 저쩌고 핑계를 만들어서 대자니 스스로 초라하게 느껴질 거 같아서 최근 읽은 책 [자기 신뢰]를 떠올렸어. '내가 쉬고 싶은데, 그게 뭐가 문제인가!'라는 생각으로 고심하여 썼지.
역시나 이유가 없으니 '왜?' 선생님 물으셨어. 뭐라고 보내지? 나 왜 쉬지? 나 왜 학원 안 가지? 나 왜 지금 카페에 있지? 물음표를 내게 다시 던지니까 내 안의 말 안 듣는 어린애가 막 징징거리더라. "그냥 쉬고 싶어요! 하기 싫어요! 어려워요! 난 못 해요! 배우기 싫어요! 학원 안 갈래요! 머리 아파요!" 날 것 그대로의 심정을 보낼 수 없어서 포장하고 포장해서 이렇게 보냈어.
다른 이유보다는 저의 뇌가 배움 거부해서 쉬고 싶어요!
무언가를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께 배움 거부라... 이게 또 뭔 말인지, 나는 상쾌한 아침부터 선생님의 분노 게이지를 살짝 높여놨지만, 그날 나의 솔직한 심정이자 분명한 생각이었다.
카페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신문을 읽었어. 그렇게 하루 쉬니까 처음에는 편했는데, 목요일 아침이 다가오니까 또 불편해지더라. 오늘은 학원에 가야 할까?
'어제 빠졌으니, 진도가 또 이만큼 나가 있겠지. 따라갈 수 없을 거야. 못해서 또 나는 답답해지겠지. 나의 선택에 따른 당연한 결과지만 그런 감정 느끼고 싶지 않아, 오늘도 쉬자! 주말까지 쉬어보는 거야. 월요일은 그때 가서 생각하자'
결국 나는 아이 등원을 시키고 또 카페로 향했어.
어제와 같은 시간, 같은 카페, 같은 자리 앉은 나는 선생님께 '오늘도 전 쉬겠습니다!'라고 또 톡을 보내야 하나? 를 고민하다가 '그냥 오늘은 보내지 말자!'로 마음을 정하고 커피를 마시며 신문이나 읽었어.
하루, 이틀... 쉬면서 나는 이렇게 4월 한 달을 쉬기로 마음을 정하고 있더라. 다음 달이면 학원에 다닌 지 1년이 되니, 한 달 정도는 쉬고 싶기도 하고, 그래도 된다고 생각하던 중,
민영 오늘도 뇌가 배움을 거부했니?
수업이 끝나고 선생님이 톡을 보내셨어. 그렇다고 답한 뒤, 구구절절 설명했지. 도둑이 제 발 저린다잖아. "왜 배움을 거부하는지 생각해 봤는데, 제게 춤은 노력과 시간 투자 대비 비효율적이란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이 역시 그 순간 떠오른 분명한 내 생각이었거든.
춤이 어렵고 배우기 힘들어서, 학원을 쉬어야겠다는 마음이 들 때마다 선생님은 항상 내게 한 가지만 말씀하셨는데, 그것은 바로 "욕심을 버려라"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지. 그.. 그놈의 욕심!
인정하고 싶지 않았어. 나도 밀리고 싶지 않았어. 대드는 것은 아니지만, 내 입장을 확실하게 말하고 싶었는데, 순간 튀어나온 생각으로 선생님께 보낸 톡은
쌤은 제가 느끼는 답답함 몰라요! 진짜 진짜...
내 안의 징징이 어린이가 갑툭튀 (갑자기 툭 튀어나오다) 한 거야. 악 이게 뭐야, 너무 유치하지만, 진심 억울한 마음이 들었거든. 잘하고 싶은데, 몸이 못 따라가서 수업 내내 느끼는 나의 답답함을 선생님은 모를 거라 확신했기 때문이지.
선생님은 물어보셨어.
5년 이상, 10년씩 배우고 있는 분들도 어려움을 느끼는데,
왜 넌 답답함을 자주 느끼는 걸까?
그러게요... 왜 저만 그러는 걸까요? 저는 왜 자주 답답함을 느끼는 걸까요? 그 답답함 때문에 저는 왜 학원을 쉬고 싶을까요? 왜 포기하고 싶을까요?
순간 떠오른 나의 대답은 안타깝게도,
욕심내서요
이게 아닌데! 이러면 선생님 생각에 백기를 든다는 건데! 더 분명하게 내 입장과 생각을 어필했어야 하는데! 이때 나의 욕심은 잘하고 싶은 마음이었고, 잘하고 싶은데 그렇지 않아서 느껴지는 답답함이었어.
알고 있네. 반성해
"네"라고 답했지만 끝에 소심한 반항으로 "그래도 답답해요!!!"라고 느낌표를 세 개나 붙였어. 이렇게 된 원치 않은 상황까지 답답하게 느껴지더라.
그리고 생각했어.
내가 무엇을 잘 못했을까?! 난 무엇을 반성해야 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난 잘 못한 게 없다! 진짜였어.
반성을 하려 했지만, 잘 못한 건 하나도 모르겠고 오히려 '나 같이 열심히 하는 학생이 어딨다고! 선생님은 나한테 더 잘해주셔야 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에 미치더라. 이것도 진심이었어. 1년 동안 학원에 여러 명의 회원들이 등록했다가 보이지 않았으니, 매일매일 어려움을 뚫고 학원 다닌 지 1주년을 둔 내가 얼마나 기특하냐고!
내가 1년 동안 학원을 계속 다닐 수 있었던 건 "잘하고 싶은 욕심" 때문이었는데, 막막함과 어려움을 느낄 때마다 욕심을 버리라고 하시니, 선생님은 진짜 내 마음을 모른다는 결론에 이르렀어.
이 감정이 정리되지 않으면, 나는 학원을 정말 쉬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선생님께 물어보기로 했지.
카톡이라 혹시 예의 없이 느껴지면 안 되니까, 그런 건 아니고 진짜 몰라서 정중하게 궁금하다고 운을 떼면서,
잘 안돼서 느껴지는 답답함이 있어도 욕심내서 1년 다녔는데요, 그래서 제게 욕심은 나름 열정이었어요. 자기 수준보다 더 잘하고픈 마음이 욕심이라면, 그걸 버리면 어떤 마음이어야 할까요?
선생님은 1년 전 처음 학원 왔을 때의 마음을 말씀하시더라. 그러니까 초심! 아이랑 춤추고 놀기만 해도 즐거워했던 때가 1년 전의 내가 생각났어. 내가 말하는 욕심은 누구나 갖고 있는 거라고 하셨고.
나는 잘하고 싶은 욕심이 곧 열정이어서 그 힘으로 1년을 다녔는데,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욕심과 열정은 무엇인지 궁금해져서 여쭤봤지.
그럼 선생님 욕심은 뭐예요?
정리하자면, 선생님이 내게 1년 동안 버리라고 했던 욕심은 이거였어.
다른 분들의 10년과 나의 1년. 그 간극을 하루아침에 채우려는 마음
이렇게 정리되는 순간 번쩍! 어떤 깨달음? 이 강타했어. 헐!
그럼 열정은 뭔가요?
그럼에도 현재 배우고 있는 것
지금도 춤을 배우고 운동을 하고 있는 것. 즉 열정은 완료형이 아닌 현재 진행 중이더라. 두 번째 헐!
나는 춤을 배운 지 1년쯤 됐는데, 내 몸이 마음대로 안 돼서 못하겠으니까, 내 동작이 마음에 안 드니까, 그래서 화가 나니까, 한 달 쉬자는 생각이 먼저였는데, 선생님의 열정에 대한 정의를 듣는 순간, 소름이 돋았어. 내게 열정을 붙이기엔 앞뒤가 안 맞잖아! 부끄러워졌지 뭐야.
뭔가 뭉클한데요
이제 진짜 반성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춤을 배웠던 나의 1년도 돌아보면 이렇게 애틋한데, 다른 분들의 1년, 2년, 3년.... 5년.... 8년.... 10년...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을 떠올려보니 왜인지 뭉클해졌거든. 그제야 정확하게 알게 되었어.
버려야 할 욕심은 내가 생각했던 잘하고자 하는 마음이 아니라, 비교에서 오는 욕심이었다는 것을. 그렇게 나의 겸손하지 못한 태도에 진심으로 반성했다.
오늘 아침에 봤던 유튜브에서 미쉘 오바마가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
웰니스 프로그램 중 4시간 걷기를 하는데, 모두 각자의 하이킹 방법을 갖고 있다고. 걷는 것을 즐기지 않을 때는 그 안에서 다른 사람과 자긴의 걷기를 비교할 때였다라고.
걷기를 춤으로 바꿔서 생각해 보니, 딱 나더라. 즐기지 못하고 욕심부리던 나.
앞서가거나 뒤에서 걷는 사람들과 너를 비교하지 마!
너만의 길을 걸어
너만의 방식으로 가
너는 여기에 왜 왔어?
너는 얼마나 빨리 가야 돼?
네 앞에 가는 여자처럼 가려고 한다면,
너는 성공하지 못할 거야!
-미쉘 오바마-
미쉘 오바마가 4시간을 걸으며 자신에게 한 말이라고 해.
그대로 나에게 말해주었는데, 정말 정말... 많은 감정과 생각들이 지나가더라. 에너지 소모가 컸지만, 배움에 있어서 꼭 짚고 넘어갈 나의 태도와 마인드였던 거 같아.
탈색은 몇 번 하셨냐는 아주 시시한 질문에서부터 오늘과 같은 중대한? 질문까지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심플하고 담백한 답을 주시는 선생님께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어.
아마도 나는 춤을 배우면서 또 어렵다고, 못 하겠다고 징징이가 되는 순간이 또 올 거야. 그땐 오늘 쓴 이 반성문을 읽으며 복기하려고 해.
그리고 꼭 잊지 않으려고.
춤을 배우면서 버려야 할 욕심은,
다른 잘 추는 사람들의 10년과 지금 우리의 시간. 그 간극을 하루아침에 채우려는 마음이라는 것.
반대로 챙겨야 할 욕심은,
나아가려고 하는 마음이라는 것.
댄스 메이트야, 남과 비교하는 욕심 말고 좋은 욕심만 내자. 지금 우리가 서 있는 그 위치에서부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거야!
너와 나의 춤을 응원해.
-오늘도 즐겁게! 춤을 사랑하는 왕초보 카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