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꼬리가 퇴화한 이유는 명확치는 않다. 다만 직립보행에 따라 꼬리가 효율적으로 빠르게 움직이는데 거추장스러워졌다거나, 균형을 잡는데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는 근거 없는 주장이 대신하고 있다. 하지만 꼬리를 달고도 더 빨리 달리고, 꼬리로 더 완벽한 균형을 잡으며, 꼬리를 심지어 무기로 까지 사용하는 캥거루를 보았을 때 그러한 추측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가를 금방 눈치채게 한다.
오늘 나는 인간의 진화 역사에서 진일보한 혁신을 거둔 한 가지 연구 결과를 하나 발표하고자 하는데, 바로 인간의 꼬리가 퇴화한 이유를 최초로 규명해 냈기 때문이다. 긴 연구랄 것도 없이 오늘 바로 직감했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인간은 꼬리 자르기를 통해 꼬리가 퇴화된 것이다.
도마뱀
오늘날 꼬리 자르기의 대명사는 도마뱀이다. 꼬리 자르기의 실예를 통해 인간의 꼬리 자르기 규명에 영감을 준 도마뱀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도마뱀의 경우, 절체절명의 위험한 순간 천적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하여 꼬리를 끊고 도망하는데, 이때 꼬리는 어느 정도 살아있어서 천적의 주의를 끌며 도망칠 시간을 벌어준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최후의 보루 같은 것으로 일생일대에 한 번이나 가능한 일이다. 왜냐하면 꼬리의 재생에는 상당한 시간과 에너지가 소모될뿐더러 뼈는 재생되지 않기 때문에 꼬리 자르기 이전과 같은 정상 기능의 모습으로 돌아오기가 무척 힘들기 때문이다.
꼬리 자르기
도마뱀과 마찬가지로 인간도 먼 어느 시점부터 꼬리 자르기를 시도했으리라고 추정된다. 사실이 탄로 나 목숨이 위태할 절체절명의 순간, 특히 거짓말이 보편화되고 배신이 난무하면서 이 꼬리 자르기는 마침내 진화에 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더 이상 자를 꼬리가 없어지고 자꾸 잘라진 꼬리는 무서워서 몸 안 속으로 숨어들어 마침내 꼬리가 보이지 않게 퇴화된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의 꼬리가 퇴화된 진정한 이유는 '거듭된 거짓말과 배신에 따른 꼬리 자르기의 결과'라고 공식 발표하는 바이다.
배신이야 배신
더 이상 자를 꼬리도 없는데 인간은 오늘날에도 진화의 습성을 버리지 못하고 '꼬리 자르기'를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다. 도마뱀도 아닌데 뉴스에는 심심치 않게 꼬리를 자르고 있다는 카멜레온 정치인이 등장한다. 바람 잘날 없어 꼬리가 다시 자라나기 힘든 이유이다. 그러므로 위정자의 번드르한 얼굴만 보지 말고 꼬리 부근 엉덩이 쪽을 자세히 살펴야 한다. 한두 번도 아니고 꼬리를 자르다 못해 움푹 파여 걸음이 뒤뚱거리지는 않는지, 꼬리로 가리지 못해 뒷구멍에서 냄새가 심하게 나는 것은 아닌지, 꼬리가 아직 살아 있어 다른 말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말이다.
그러고 보면 효율과 균형을 위해 인간의 꼬리가 퇴화되었다는 기존의 학설은 다 거짓이다. 꼬리가 퇴화한 진짜 이유는 거짓말과 배신의 꼬리 자르기 결과라는 게 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