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데 우산이 없으면 뛰어야 한다. 그래서 처마 밑으로라도 비를 피해야 홀딱 젖지 않을 수 있다. 젊을 때는 비를 맞는 것도 낭만이었겠지만 나이 들어서 비를 맞으면 감기 걸린다. 삶은 인생의 우산을 마련하기 위한 여정 같은 것이다. 우산 하나라도 비를 막을 수 있고, 여러 개면 비바람이 몰아쳐도 든든하며, 양산까지 있으면 비가 오지 않은 날도 즐길 수 있다. 만약 우산이 여러 개라면 비가 오는 날 빌려주었다가 맑은 날 돌려받으면 기쁠 것이다. 돌려받지 못하더라도 기꺼이 우산을 내어줄 수 있으면 행복이다. 우산을 빌려주는 것은 공공에서 하면 좋겠지만, 우산은 결국 두 개도 아닌 하나만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우산을 여러 개 쓰려고 하는 것은 번잡스럽기만 하고 부질없는 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