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살던 동네에 가면 의외로 사람보다 장소가 더 확연히 기억나곤 하는데, 이 장소에는 헌책방이 있었는데 카페로 바뀌었다거나, 빼곡한 단층집과 골목길이 있었는데 아파트와 널찍한 도로로 바뀌었다는 식이다. 어떻게 그렇게 소소한 장소에 어떤 가게가 있었는지까지 기억해 내는 것을 보면, 머릿속에는 지도로 저장되어 있는 공간이 있어서, 어릴적 기억이 단순히 시간과 사건과 사람으로 머릿속에 남는 것이 아니라, 공간의 변화라는 스토리와 함께 세트로 차곡히 쌓여진 것이 바로 '추억'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