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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반려동물

feat KB금융 2025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

by Emile
인간은 신의 반려 동물일까?


인간은 신의 반려 동물일까? 아닐까? 최신판 '2025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를 읽으면서 생각한다. 과연 신은 인간을 반려 동물로 지정한 것에 만족하고 있는지? 혹은 다른 동물로 반려 동물을 교체할 생각은 없는지? 공룡의 멸종은 알려진 것과 달리 신의 반려 동물 교체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소문이 있다.


나만 없어 반려동물


지난해(2024년) 기준 우리나라 가구의 약 30%가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다고 한다. 반려동물 가구는 591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27%를 차지하며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은 1546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30%에 이른다. 반려 동물로는 반려견이 546만 마리이고, 반려묘가 217만 마리로 개가 고양이 보다 두 배 정도 많다. 하지만 반려견의 수치는 감소하고 있는 반면 반려묘는 증가하고 있어 인간을 이을 신의 반려 동물로는 개와 고양이가 치열한 승부를 펼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려동물 가구의 80%는 잠시라도 반려동물을 집에 혼자 두고 외출한다고 한다. 반려동물의 '나 홀로 집에' 시간은 하루 평균 6시간이다. 이는 신도 찬가지로 인간을 지구에 두고 우주로 외출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인간도 신의 부재 상태로 인해 방치될 위험에 자주 처한다는 것을 반려동물의 경우를 통해 깨달아야 한다.


홀로 남겨진 반려동물을 케어하기 위해서 TV, 조명을 켜놓고 외출하는 경우가 43%로 가장 많았고, 자동급식장치가 35%, 냉난방 시설이 35%, CCTV가 35% 등으로 뒤를 이었다. TV, 유튜브 같은 영상장치와 불은 신이 인간을 케어하기 위한 특별한 선물인지 모른다. 마찬가지로 신도 풍족한 식량과, 따뜻하고 시원한 기후를 통해 신의 부재를 인간에게 보상한다. 어쩌면 신도 외출 후 CCTV를 통해 인간의 활동을 모니터링할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한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여가는 산책이 70%로 가장 많았고, 여행(45%), 맛집 투어(26%), 놀이시설 방문(13%) 등이다. 이에 비해 신은 인간과 잘 산책하지 않는다. 여행은 고사하고 맛집, 놀이시설도 거의 데려가지 않는 것으로 보아 인간은 반려동물만큼의 대접도 받고 있지 못할지도 모른다.


반려동물 가구의 최대 관심사는 반려동물의 건강관리(55%)와 식사나 놀이 등(46%)에 집중되어 있다. 인간의 수명이 늘고 더 잘 먹으며, 여가시간이 향상된 것을 보면 비록 산책이나 놀아주지는 않지만 건강에 신경 쓰고 보다 잘 먹여주는 신의 가호가 느껴지기도 한다.

반려동물 가구의 76%는 반려동물 양육에 만족하며, 긍정적 효과로 삶의 만족도 및 행복감 제고가 63%로 가장 높았다. 그 밖에 외로움 감소(58%)와 가족관계 개선(52%), 우울증 감소(40%), 스트레스 감소(38%), 신체 활동 증가(25%), 불안감 감소(22%) 등의 효과가 있었다. 신도 인간의 양육에 대체로 만족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인간은 과연 신에게 행복감을 주는 것인지? 신이 외로움을 극복하고 우울증이 감소되도록 하는지는 의문이다. 어쩌면 신은 인간을 벌주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있을 수 있다.

반려동물 병원비나 건강관리비, 상해 및 질병 치료비를 제외한 매달 양육비는 평균 20만 원이다. 여기에 반려견과 반려묘의 월평균 양육비는 18만 원으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신은 본투비 리치(금수저) 이므로 반려인간의 양육비는 그리 걱정하지 않는 듯 보인다. 그러나 지구가 아작 나고 있는 것을 보면 신도 뒤에서는 남몰래 걱정하고 있는지 모른다.


반려동물도 저승에서 다시 만날까?


흥미 있는 점은 펫로스의 경험이다. 절반 이상의 반려가구가 펫로스를 경험한다고 하는데 과연 저승에서 헤어졌던 반려견, 반려묘와 재상봉이 가능할 것인가에 의문이 들었다. 만약 그것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저승에서 만나게 되는 반려견과 반려묘의 숫자는 지금까지 키운 모든 반려견과 반려묘의 합이라고 볼 때 상당한 숫자가 될 수도 있다. 여기에 반려나무, 반려화초까지 합하면 신의 할 일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신은 이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놓지는 않았다. 개와 고양이를 담당하는 부서와 신, 나무와 화초를 담당하는 부서와 신이 따로 있을지도 모르며, 동식물로 태어나게 되는 윤회, 환생 등은 아직 미지의 영역이다.


반려인간의 교체 가능성


펫티켓 준수 여부에 대해서는 반려동물 가구의 71%가 펫티켓을 잘 지킨다고 응답했지만 비반려동물 가구의 19%만 이에 동의한 것으로 보아 인간의 에티켓에 대해서도 이론의 여지가 있다. 어떤 신은 인간의 에티켓을 71% 신뢰하지만 또 다른 신은 인간의 에티켓을 81% 불신한 나머지 신의 반려동물로 이제 인간이 아니라 다른 매너 있는 동물로 교체를 원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가능성으로 개와 고양이가 빠른 속도로 똑똑해지고 있음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어느 날 아침, 그들 중 하나가 두 발로 서서 말을 하며 인간에게 목줄을 채울 가능성은 매우 높다.


반려견과 반려묘는 인간 세상에 파견된 특검과 같을 수 있다. 가장 가까이에서 신을 대신해 인간을 관찰한 후 마침내 인간의 행동이 선을 넘었을 경우 인간의 죄를 낱낱이 고발해 법정에 세우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 다음의 신의 반려동물 후보는 역시 개와 고양이의 2파전이 되는 것일까? 인간의 반려동물이 아닌 인간의 주인으로는 개가 좋을까? 고양이가 나을까? 신은 과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신이 과연 개와 고양이 중 다음 후보로 어느 쪽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 궁금해 넌지시 물었다. 그런데 신은 개도 고양이도 아닌 이상한 답을 하였다.


"예전에 테라포마스(Terra Formars)라는 영화를 봤는데 흥미롭더군"


"OMG"

테라포마스는 화성의 식민지 계획을 위해 바퀴를 화성에 보내어 생존 가능성을 실험하고 바퀴는 제거한 후 인간이 화성에 이주를 하기 위해 화성에 도착했으나, 인간처럼 진화한 바퀴(테라포마스)와 인간이 전쟁을 벌인다는 영화이다. 바퀴가 핵폭탄에도 멸종하지 않고 그토록 강한 것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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